석유수출국기구(OPEC) 로고 앞에 보이는 석유 시추 시설 모형. 로이터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의 모임인 오펙플러스가 석유값 하락에 대한 대응과 ‘가자 전쟁’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추가 감산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8일(현지시각) 오펙플러스가 26일 빈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최근 석유값 하락과 최근 진행 중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분노로 인해 추가적인 추가 감산과 감산 연장을 고려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소식통을 인용해 오펙플러스는 가자 전쟁으로 “충격 받았다”며 하루 100만배럴 추가 감산을 의제로 올렸다고 전했다. 특히, 쿠웨이트·알제리·이란 등 이 전쟁으로 인해 큰 자극을 받았다는 것이다. 사우디 역시 올해 연말에 끝낼 예정이었던 하루 100만배럴 감산 조처를 내년 봄까지 연장하기로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사우디 등 오펙플러스 회원국들이 추가 감산을 고려하는 것은 석유값 하락이 기본 동인이지만,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한 가자지구에서 인도주의적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분노도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석유값은 지난주 배럴당 77달러로 넉 달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오펙플러스는 지난 2022년 10월에 하루 200만배럴 감산을 결정한 뒤 지금까지 감산량을 하루 366만배럴로 늘려왔다. 이와 별개로 사우디는 지난 6월에 추가로 하루 100만배럴 감산을 결정하고는 9월에 이를 연장했다. 오펙플러스의 이런 결정으로 석유값이 일시적으로 올랐지만, 세계 경제의 침체 우려에 따라 다시 하락한 바 있다.
오펙플러스의 한 고위 관리는 “오펙플러스 내에서의 분노 수준을 무시해서는 안되며, 걸프 지역 국가 지도자들은 어떤 형식으로도 대응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압력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압둘아지즈 빈살만 사우디의 에너지장관은 최근 석유값 하락에 베팅하는 헤지펀드들을 비난하며 석유값 하락을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분석가들은 압둘아지르 장관이 추가 감산을 추진하면서 다른 국가들이 따르지 않으면, 사우디가 먼저 생산량을 늘려 다른 회원국들을 희생시키겠다고 위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석유값이 배럴당 100달러는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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