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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어린이 포로’ 명단 받고 ‘나흘 휴전’ 합의…이 “전쟁은 계속”

등록 2023-11-22 21:45수정 2023-11-23 07:14

네타냐후 “인질 구출 위한 것”
휴전 아닌 전투 중단 밝혔지만
중재 카타르 “더 연장 가능성”
이스라엘 군인들이 21일(현지시각) 억류된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지구 밖으로 이송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 군인들이 21일(현지시각) 억류된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지구 밖으로 이송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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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시민 여러분 그리고 각료 여러분. 오늘 만남은 (하마스에 잡혀간) 인질들의 귀환을 논의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 전에 너무 분명한 사실부터 말하려 합니다. (중략) 우리는 전쟁을 계속할 겁니다.”

지난달 7일 시작된 전쟁이 46일째를 맞는 21일(현지시각) 밤. ‘원수’ 하마스와 일시적 전투 중단(pause)이란 타협을 받아들일지 결정하는 ‘전시내각 회의’에 참석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머리발언에서 전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밝혔다. 이 합의는 ‘인질 구출’을 위한 것일 뿐, 앞으로도 △하마스 박멸 △인질 구출 △가자지구 내 위협 요소 제거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다짐을 쏟아낸 것이다.

그럼에도 전시내각의 의견은 쉽게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과 현지 매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협상을 중재해온 카타르 정부에서 전달받은 ‘최종안’을 놓고 6시간에 걸친 마라톤회의가 이어졌다. 역대 최악의 극우 정권이라 불리는 네타냐후 내각에서도 노골적인 반아랍 및 반팔레스타인 성향을 드러내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치안(국가안보)장관과 그가 이끄는 극우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유대인의 힘) 출신 각료 2명이 끝까지 반대 뜻을 꺾지 않았다.

결국, 만장일치가 아닌 표결(찬성 35표, 반대 3표)을 통해 합의안에 대한 승인 결정이 내려졌다. 이스라엘 정부 당국자는 미국 시엔엔(CNN)에 “회의는 때때로 긴장되고 감정적으로 흘렀지만, 정부가 압도적으로 주도해 승인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고 전했다. 이 합의에 따라 양쪽은 나흘 동안 전투를 멈추며 이 기간에 하마스는 여성·어린이 인질 50명을 석방하고,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 수감자 150명을 풀어주게 됐다.

시엔엔은 이번 협상의 중대한 돌파구가 마련된 것은 하마스가 12일 이스라엘에 인질 명단의 일부를 제공하면서부터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수많은 어린이가 하마스에 포로로 잡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강경한 입장을 꺾지 않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틀 뒤인 14일 텔아비브에서 브렛 맥거크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과 만나 “우리는 이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전투 중단과 인질을 맞바꾸는 합의가 극적으로 성사되며, 향후 관심사는 이행 여부로 옮겨가게 됐다. 이번 중재의 주역인 카타르 외교부는 22일 성명을 내어 “휴전 시작은 24시간 이내 발표될 것”이라며 “전투 중단이 4일간 지속될 것이고, 더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23일부터 합의 이행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합의가 좀 더 안정적인 ‘휴전’ 또는 ‘정전’으로 이어질지 여부다. 알자지라는 이날 “이 협상이 민간인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가자지구에서 46일 동안 이어져온 전쟁에 큰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조심스러운 예측을 내놨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이 공습이 멈추고, 수백대의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이 반입되는 만큼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적 위기는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전쟁 종식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더 거세질 수 있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러시아·이란의 영향력 확대라는 끔찍한 효과를 낳고 있는 전쟁의 장기화를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사자인 이스라엘은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꺾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 중동연구소 연구원 제임스 도시는 알자지라에 “이스라엘은 아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내적인 퇴진 여론에 몰려 있는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이 내건 군사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타협하진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어두운 전망 속에서도 국제사회는 일단 환영 메시지를 쏟아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뒤 성명을 내어 “몇주 동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시련을 견뎌온 용감한 영혼들이 가족과 재회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는 뜻을 밝혔다. 석방되는 이들 가운데엔 미국인도 3명 포함돼 있다. 미국에 사사건건 맞서온 러시아도 환영 성명을 내놨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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