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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칸유니스 초토화 나선 이스라엘…입맛 맞는 ‘가자’ 구상 실현될까

등록 2023-12-06 16:38수정 2023-12-07 11:00

하마스 제거·인질구출·위협 없는 가자 건설 목표
남부 장악 쉽지 않아 ‘4개월 전쟁’ 일정 등 안갯속
5일(현지시각) 이스라엘방위군(IDF)이 가자지구를 폭격한 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칸유니스 지역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칸유니스/AP 연합뉴스
5일(현지시각) 이스라엘방위군(IDF)이 가자지구를 폭격한 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칸유니스 지역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칸유니스/AP 연합뉴스

국제사회의 간절한 호소에도 일주일간 유지됐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투 중지 협상이 결렬되면서 이번 전쟁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 국면으로 빠져들게 됐다. 다만,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이 빠르게 느는 데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급격히 나빠진 상황 속에서 이스라엘에 허용된 시간은 길지 않고, 남부 장악은 북부 때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3일 지난 1일 전쟁이 재개되면서 “이스라엘의 하마스 공격이 중대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이스라엘군은 가자 남부에서 시간과의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10월7일 개전 이후 벌써 네번째 이스라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과 만나 이번 전쟁이 몇 달 이상 계속될 순 없다며 남부에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며 한정적인 군사작전을 벌일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이 입장을 더 명확히 밝힌 것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지난 2일 레이건 국방 포럼 연설을 통해서였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하마스를 박멸하겠다는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면서도 “(일반 주민들의 희생이 너무 커져) 민간인들이 적의 품에 안기게 되면 이스라엘이 ‘전술적 승리’를 얻는 대신 ‘전략적 패배’를 맛보게 될 것”이라는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이스라엘이 지금처럼 폭주하는 모습을 보이면, 미국이 더 전폭적 지원을 하기 힘들게 될 수도 있다는 우회적인 경고를 던진 셈이다.

실제, 내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쉽지 않은 ‘리턴 매치’를 치러야 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전쟁 이후 적잖게 지지율을 깎아먹은 상태다. 특히 미국 내 무슬림들의 동향이 심상찮다. 미국 대선 결과를 좌우하는 여러 경합주의 무슬림 지도자들은 2일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에 반대하는 ‘#바이든을 버려라’(#AbandonBiden)라는 전국적 캠페인에 뛰어들었다.

이스라엘도 자신들이 마주하고 있는 엄혹한 현실을 잘 이해하고 있는 듯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이번 전쟁의 목표로 △하마스 제거 △인질 구출 △자신들에게 안보 위협이 되지 않는 가자지구 건설 등 세가지를 제시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3단계로 나뉜 4개월 정도의 단기전으로 구상하고 있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갈란트 국방장관은 개전 2주 뒤인 지난 10월20일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외교·국방위원회에 출석해 가자지구 전쟁은 3단계로 진행될 것이라며, “하마스를 파괴하기 위한 1단계 포격과 2단계인 전술적 작전(지상군 투입)”을 끝낸 다음에 “3단계로 새 ‘안보 정권’을 세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도 지난 10월28일 지상작전이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리며 “전쟁이 두번째 단계에 들어섰다”고 선포했다. 갈란트 국방장관은 전투 중지를 앞둔 지난달 23일엔 “하마스와 짧은 전투 중지 이후에도 군의 작전은 강력하게 지속될 것”이라며 “전투는 최소 두달 이상 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스라엘은 한정된 시간 안에 자신들이 내건 군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민간인 희생을 감수하며 강력한 공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남은 문제는 이러한 이스라엘의 구상이 실현될 수 있느냐이다. 이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팔레스타인의 적신월사에 따르면, 현재 가자지구 인구 230만명 가운데 약 70%가 남부에 머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4일 “이스라엘의 지상전은 칸유니스를 넘어 이집트와 국경을 접한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흐까지 옮겨갈 것”이라며 “이스라엘 지휘관들은 민간인 사상자가 계속 늘어나고 전쟁이 길어질 경우 미국의 지원이 고갈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5일 미 시엔엔은 복수의 미 관료들의 말을 인용해 “남부를 겨냥한 이스라엘 지상전의 현재 국면은 몇 주간 지속되다 1월에 종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변수는 이스라엘 내부 여론이다. 하마스에 여전히 붙들려 있는 인질 130여명의 가족들이 전투 재개에 맹렬히 반대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군이 단기적으로 의미 있는 군사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 네타냐후 총리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 신문 마아리브가 지난 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네타냐후 현 총리(지지율 30%)보다 그의 정치적 라이벌인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49%)의 지지율이 더 높았다. 이스라엘군의 남부 공세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민간인 희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이스라엘과 네타냐후 총리는 큰 곤경에 빠질 수 있다.

한편, 전쟁이 두달간 이어지는 동안 ‘지붕 없는 감옥’으로 불렸던 가자지구는 ‘지붕 없는 지옥’이 됐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5일 현재까지 개전 이후 이스라엘 공격으로 최소 1만6248명의 팔레스타인 사람이 숨졌다고 밝혔고,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사업기구(UNRWA)는 전체 인구 230만명 가운데 80%가 넘는 190만여명이 거처를 잃고 난민이 됐다고 집계했다. 두달 동안 병원·학교·난민촌 등이 표적 공격을 받으면서 가자지구 내 인프라는 회복될 수 없는 수준으로 망가졌다. 이는 이스라엘이 2단계까지 목표를 달성한다 해도, 전쟁의 ‘출구 전략’을 의미하는 3단계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 사무차장은 4일 “가자지구 상황이 점점 더 종말론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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