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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식량 바닥난 가자지구 “재앙 같은 기아 상황”…절도·약탈 횡행

등록 2023-12-08 13:20수정 2023-12-09 15:01

7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칸유니스 난민 캠프에서 한 남성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부상당한 어린이를 대피시키고 있다. AP 연합뉴스
7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칸유니스 난민 캠프에서 한 남성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부상당한 어린이를 대피시키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두달 넘게 전쟁을 치르는 가자지구에 심각한 질병과 기아 확산뿐 아니라 주민들 사이에 약탈이 일어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각) “이스라엘방위군(IDF)의 가자지구 공격 이후 하마스의 장악력이 약화하면서 이 지역의 공공질서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배고픔과 질병이 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강도와 약탈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쟁 이전 하마스가 실질 통치하던 가자지구는 공안 당국이 일상적으로 안전을 관리하면서 비교적 치안이 괜찮은 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10월7일 이스라엘군의 전쟁 선언 뒤 하마스 경찰이나 공무원 상당수가 희생됐다. 정상적인 행정 업무를 볼 수 없게 되자, 이 틈을 노린 절도와 약탈이 증가하면서 치안 부재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스라엘군이 생필품과 구호물품 반입을 차단하면서, 얼마 남지 않은 물품들이 시장에서 극심한 바가지요금으로 거래되고 있다. 가자 북부에서 피란 생활을 하는 야스민 가님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밀가루 한 봉지를 구하려 해도 값이 20배나 올랐다”며 “집에 아이들을 포함해 14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일까지 빵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재앙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극한 상황에 이른 일부 주민들이 구호물품을 뺏기 위해 유엔(UN) 창고 공격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가자지구 남부에서 산발적인 구호물자 배급만 가능하다”며 “그나마 전달 과정에서 공격당하거나 약탈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에게 남부로 이동하라는 사실상 ‘강제 피란' 명령을 내렸고, 190만여명으로 추정되는 난민들이 생존 위기에 몰리자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유엔 식량 창고까지 노린다는 것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이날 내놓은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에서의 적대행위 보고서’에서 인도주의적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이 6일 50대밖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유엔은 가자지구 피란민들에게 물과 음식을 비롯해 최소한의 생필품을 지급하려면 하루 최소 500대 구호 트럭이 반입돼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엿새간 일시적 휴전을 거치며 하루 평균 150대 넘는 트럭이 가자지구에 진입했지만, 전쟁이 재개되면서 이마저도 급격히 줄었다.

유엔은 구호물품을 피란민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애를 먹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현재 남부 최대도시 칸유니스에서 최대 규모 시가전을 벌이고 있다. 피란민들이 대거 몰린 지역에서 시가전이 벌어지는 데다, 이스라엘군이 대피 장소로 꼽은 서부지역 마와시와 남부지역 라파흐마저 칸유니스를 거치지 않고는 접근이 어렵다. 유엔과 세계식량계획(WFP)은 “가자지구 주민 대다수가 긴급하거나, 재앙 수준의 기아를 겪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가자지구에) 인도주의 시스템이 붕괴될 심각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런 일은 피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지상전 고삐를 오히려 더 죄는 모양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와 북부에서 하마스 거점에 대한 전투를 강화하고, 강력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지하 터널에 숨은 하마스 지휘관을 포함한 테러리스트들을 사살하고, 시설 기반을 파괴하며 전투를 진전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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