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 8월27일 중국 상하이의 보잉 현지법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상하이/EPA 연합뉴스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첨단 반도체를 장착한 스마트폰을 출시한 데 충격을 받은 미국이 “가능한 한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태에 대해 미국은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우려하는 것을 볼 때마다 강력하게 조사한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지난 8월 말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중신궈지(SMIC)와 협력해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첨단 반도체가 장착된 것으로 보이는 새 스마트폰 ‘메이트(Mate) 60 프로’를 출시했다. 화웨이가 미국이 겹겹이 부과한 제재를 뚫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정교한 능력을 갖춘 반도체를 활용한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자 미국 공화당은 화웨이와 중신궈지 등이 미국의 제재를 위반한 사실이 명백하다며 정부가 미국 공급 업체와 이들 업체와 거래를 완전히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상무부를 압박하고 있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 정부가 공식 조사를 시작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다만 블룸버그 통신은 상무부의 산업·안보 담당 부서가 7나노미터 반도체가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화웨이 스마트폰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0월 중신궈지가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네덜란드 에이에스엠엘(ASML)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로 화웨이 스마트폰에 장착된 반도체를 만들었다고 전한 바 있다. 러몬도 장관은 이에 대해 “우리는 네덜란드나 에이에스엠엘과 상당히 주기적으로 연락하고 있다”라고 할 뿐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미국은 2019년 이후 화웨이에 대한 다양한 제재를 부과해 왔고, 지난해 10월엔 첨단 반도체나 이를 만들기 위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했다. 올해엔 자국 뿐 아니라 에이에스엠엘(네덜란드)과 도쿄일렉트론(일본) 등 동맹국의 주요 반도체 장비 업체가 중국에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수출하는 것도 막았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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