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은 노르웨이 국적 유조선 스트린다호를 지원하기 위해 나선 미 해군 함정 메이슨호. AFP 연합뉴스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노르웨이 국적의 유조선을 공격했다. 친이란 세력인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과 관계없는 선박까지 공격하면서 가자 전쟁으로 인해 지중해와 인도양을 잇는 홍해 항로의 안전성이 본격적으로 위협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12일(현지시각) 소셜 미디어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성명을 내어 전날 오후 4시께 후티 반군이 장악한 지역에서 날아온 미사일이 홍해를 지나던 노르웨이 국적 유조선 스트린다호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공격으로 석유와 화학 물질을 실은 스트린다호에 불이 나 미국 해군이 지원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스트린다호는 말레이시아에서 출발해 홍해로 본격 진입하기 위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려던 중이었다. 중부사령부는 “공격 당시 인근에 미국 함정은 없었다”고 밝혔다.
스트린다호의 운영사 역시 공격을 받았음을 확인했다. 회사 쪽은 “선원 모두 다치지 않고 안전하다. 선박은 현재 안전한 항구를 향해 가고 있다”고 전했다.
후티 반군은 아직 이 공격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단, 후티 반군의 야흐야 사리 대변인(준장)은 곧 중요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과 관련이 없는 노르웨이 선박까지 공격하면서 세계 해상 컨테이너의 약 30%가 지나는 주요 운송로인 홍해 항로의 안전성이 크게 위협받게 됐다. 에이피(AP) 통신은 “후티 반군은 최근 이스라엘로 향하거나 이스라엘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보이는 모든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했지만, 스트린다호와 이스라엘 사이에 즉각적인 연관성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후티 반군은 지난달 1일 “팔레스타인의 승리를 돕기 위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9일에도 성명을 내어 “가자지구가 필요한 식량과 의약품을 받지 못한다면, 국적과 관계없이 이스라엘 항구로 향하는 홍해 위 모든 선박이 우리군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이피 통신은 분석가들의 말을 빌려 “후티 반군이 수년간 내전으로 약해진 대중의 지지를 강화하길 바라며 이러한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본격화된 예멘 내전은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과 정부군을 돕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리전으로 확장됐다. 올해 사우디와 이란이 국교를 정상화하며 내전 종식에 대한 희망이 커졌지만, 가자 전쟁으로 인해 긴장이 다시 고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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