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의 후티 반군 전사들이 30일 예멘 수도 사나 인근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사나/후티미디어센터 로이터 연합뉴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31일 이스라엘을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해 공격하며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후티 반군의 야히아 사리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어 탄도미사일과 드론 다수를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했다면서 “팔레스타인의 승리를 돕기 위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사리 대변인은 또 이날 공격이 자신들이 이스라엘에 가한 세번째 공격이었다고 확인했다. 이는 지난 19일 홍해 북부에서 미 해군 구축함 카니가 격추시킨 순항미사일 3발, 지난 27일 시나이반도 남동쪽 이집트 영토에 폭발을 일으킨 드론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이스라엘군은 이 성명에 앞서 전투기가 출격해 동남부 에일라트 지역으로 침투하는 ‘적대적 목표물’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 지역은 이집트·이스라엘·요르단 국경이 만나는 시나이반도 남동쪽에 있다. 지난 27일 드론 공격을 당한 이집트 지역과도 멀지 않다.
후티 반군이 주도하는 정부의 총리인 압둘아지즈 빈 합투르는 자신들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시리아·이라크 내 무장세력과 함께 ‘저항의 축’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그는 “우리는 하나의 축이며 연합 조정이 이뤄지고 연합 작전실도 있다”며 “우리는 거만한 시온주의 적들이 우리 사람들을 죽이는 걸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나서 중동 내 여러 무장세력들의 대이스라엘 작전을 조율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영국에 본부를 둔 중동 전문 매체 암와즈미디어는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군인 쿠드스군의 이스마일 카아니 사령관이 레바논에 머물며 전체적인 작전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카아니 사령관이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규모 기습공격을 가한 하루 뒤인 지난 8일 베이루트에 도착했으며, 16~20일 협의를 위해 테헤란을 방문한 것을 빼고는 계속 베이루트에 머물고 있다고 덧붙였다.
후티 반군이 앞으로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군사 행동을 본격화하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급속히 주변으로 확산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분석가 아지즈 알가시안은 로이터 통신에 “이 전쟁은 사우디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편드는 것처럼 비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이는 사우디가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후티 반군은 2014년 예멘 수도 사나를 점령한 이후 세력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사우디 주도의 연합군과 전쟁을 벌여왔다. 양쪽은 지난해 4월 유엔 주도로 휴전에 합의한 이후 큰 충돌을 피해왔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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