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24일 이스라엘 의회 크네세트에서 사법부 무력화 법안에 대한 표결에 참석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오른쪽). 타임즈 오브 이스라엘 화면 갈무리
이스라엘 전시 내각이 전후 가자지구의 통치 방침을 논의하는 회의를 처음 열려 했지만, 극우 정당의 반발로 이를 취소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8일(현지시각) 밤 전시 내각 회의를 소집해 전후 가자지구 통치 문제를 처음으로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계속 시간을 미루다 자정을 넘기기 직전 취소했다고 현지 매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이 전했다. 이 신문은 극우 정당 ‘독실한 시오니즘당’(Religious Zionism party)을 이끄는 베잘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의 압박에 못 이겨 네타냐후 총리가 회의를 열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가 소집되자 스모트리치 장관은 자신이 관련 논의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항의의 표시로 별도 회의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전후 가자지구의 통치 방침을 논의하는 회의는 해를 넘겨 내달 2일 열리는 확대 안보 내각 회의에서 논의하게 됐다고 이스라엘 매체들은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금까지 전후 가자지구 계획에 대한 논의를 거부해왔다. 전쟁 목표로 내건 ‘하마스 박멸’을 달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쟁을 서둘러 끝낸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최근 며칠 사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와 신베트, 그리고 이스라엘 국방장관 등이 나서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후 계획에 대해 논의하라고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네타냐후 총리의 최측근인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장관이 26일 미국을 방문해 미 고위 관리들과이 전후 구상 문제를 논의하고 돌아온 뒤 28일 밤 내각 회의가 처음 소집됐다. 미국이 이스라엘에게 전투를 축소하고 전쟁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라는 압력을 강화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전투가 끝난 뒤 가자지구를 누가 통치할지 사전에 계획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을 설득해왔다. 그래야만 이스라엘이 미국이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 빠졌던 수렁을 피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바이든 정부는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전후 가자지구를 통치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네타냐후 정권은 이스라엘군이 전반적인 치안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입장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것을 반대해 온 극우 연정 파트너들의 입장에 따른 것이라고 타임즈 오브 이스라엘은 설명했다.
최근 종전 3단계 방안을 이스라엘에 제안한 이집트는 전쟁 후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28일 이스라엘 매체 아이뉴스24는 전후 가자지구에 대한 어떠한 정치적 합의를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하마스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이집트는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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