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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솔직한 라이스? 그때그때 달라요!

등록 2005-03-21 17:32수정 2005-03-21 17:32

세살 때 피아노를 배웠고, 네살 때 교회 합창단 활동을 시작했다.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는 브람스. 지금도 한달에 한두번 정도 실내악단과 함께 집에서 피아노 협주를 한다. 스포츠도 좋아해, 그의 사무실 책장엔 〈프로미식축구리그 기록집〉이 꽂혀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되는 대목이다. 매섭고 냉철한 인상과는 좀 거리가 있다. 그를 잘 아는 인사들은 “텔레비전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매력적이고 편안한 분위기를 풍긴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라이스를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역시 ‘솔직함’이다. 그는 상대방과 대화할 때 항상 눈을 맞추고 말을 건넨다고 한다. 라이스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외교 스타일을 이렇게 표현한 적이 있다. “부시 대통령이 외국 국가원수에게 가장 친밀감을 느낄 때는 그가 자신처럼 솔직하게 얘기를 할 때다.” 라이스가 부시의 가장 깊은 신뢰와 사랑을 받는 외교안보 참모로 떠오른 데엔 그 자신의 솔직함이 큰 작용을 했을 것이다.

지난달 반기문 외교부장관이 워싱턴을 방문해 라이스 장관과 한-미 외무장관 회담을 가졌을 때 일이다. 처음엔 회담이 끝난 뒤 두사람이 함께 국무부 청사 앞으로 걸어나와 기자들과 간단하게 일문일답을 하는 일정이 잡혀 있었다. 이게 갑자기 취소됐다. 미 국무부쪽은 갑자기 취소된 게 아니라 애초부터 확정된 일정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한-미간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수 있지만, 어쨌든 혼선 원인 중 하나는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과 라이스 신임 장관과의 스타일 차이 때문이었다.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회담이 끝난 뒤 청사 앞에 걸어나와 기자들에게 회담 ‘성과’를 설명하는 건 파월의 방식이다. 라이스는 이런 ‘형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의례적 행사는 가급적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번 아시아 순방은 라이스로선 유럽과 중동에 이어 세번째 외국방문이다. 순방외교에서 드러나는 그의 스타일 역시 직선적이다. 지난 2월 중동 지도자들과 회담에서, 라이스는 모호한 부분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데 매우 열성적이었다고 〈타임〉 최신호는 전했다. 라이스가 한국에 와서 가장 먼저 미군 지휘통제소를 찾은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자신이 한국에 온 이유가 북한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려 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20일 “북한이 6불화우라늄을 리비아에 수출했다는 지난달 미국정보는 거짓”이라고 보도했다. 라이스 장관이 당시 이 정보를 얼마나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시절 자신이 데리고 있던 관리가 아시아를 순방하며 거짓 정보를 전하는 걸 라이스가 전혀 몰랐다고 보긴 힘들다. 이건 그가 추구하는 ‘솔직한 외교’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박찬수 워싱턴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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