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한국 양쪽에서 모두 소외당한 재일동포 2세 정향균(55)씨의 외로운 투쟁을 〈뉴욕타임스〉가 2일치 전면 기사로 소개했다. 이 신문은 “정씨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일본 도쿄도 보건소의 관리직 시험을 거부당하자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1월) 최고재판소에서 패했다”며 “정씨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나는 더 이상 흘릴 눈물도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씨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렸을 적 많은 동급생들이 부모 말을 따라 나하고는 어울리지 않았다”며 “중학교 때는 선생님이 내 한국 이름을 읽기 힘들다며 일본 이름으로 바꾸라고 요구했다”고 회상했다. 정씨는 일본에서 소외되는 대신에, 한국에선 받아들여지길 꿈꿨다고 한다. 하지만 1970년대 초 대학을 졸업하고 찾은 한국에서 맞닥뜨린 건 “끔찍한 차별뿐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의 한국에선 ‘자이니치’(재일한국인의 줄임말)들을 친북 성향이라고 의심했다.
1988년 도쿄도 보건소에 취직한 정씨는 공무원을 존경하는 일본 풍토 속에서 더 이상 차별을 경험하지 않았다. 그러나 1994년 그가 관리직 시험을 보려 하자,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응시 자체가 봉쇄됐다. 정씨는 10여 년간 법정 싸움을 벌였지만 결국 패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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