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전투지원’을 `비군사지원’으로 오역 논란
미국 언론 `파병요청’ 보도…한미현안으로 남을 듯
미국 언론 `파병요청’ 보도…한미현안으로 남을 듯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국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요청한 것일까, 아닐까? 아프간 파병과 관련한 한-미 정상회담의 실제 내용을 둘러싼 궁금증과 논란이 새롭게 불붙고 있다.
논란을 촉발시킨 것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엇갈린 해석이다. 부시 대통령은 6일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유일하게 내가 말한 것은 ‘논 컴뱃 헬프’(non combat help)”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를 ‘비군사 지원’으로 공식 해석했다. 이 해석대로라면, 파병 등 군사적 지원은 부시 대통령의 요청 사항에 해당되지 않는다. “파병 문제는 애당초 없었다”(이동관 대변인)는 언급은 이런 해석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곤, ‘논 컴뱃 헬프’는 ‘비전투 지원’을 의미하며, 이는 ‘비군사 지원’(non military help)과는 상이한 개념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청와대의 오역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통상 비전투 지원은 파병을 배제하지 않는다. 군 관계자는 “이라크 자이툰부대나 아프간에서 철군한 다산·동의부대 등이 건설과 의료지원 등 ‘비전투 지원’을 담당하는 부대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두차례 ‘논 컴뱃 헬프’라고 언급했다. ‘논 밀리터리 헬프’를 잘못 발언했을 가능성은 작다고 볼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이 ‘비전투 지원’을 요청한 것이라면, 다산·동의부대와 비슷한 비전투 부대의 재파병을 요청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 한-미 정상회담에 관한 서울발 기사에서 “부시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비전투 한국군의 아프간 재파병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이 대통령은 즉답을 피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은 2002~2007년 수백명의 비전투 부대를 아프간에 보내 미국 주도의 군대에 합류토록 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비전투 파병’을 요청했지만, 이 대통령은 이를 ‘비군사 지원’으로 받아들였고, 결국 서로 다른 개념을 품은 채 이 문제를 봉합한 것 아니냐는 추론도 나온다. ‘파병 요청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런 논의는 없었다”(이명박 대통령)와 “논의했다”(부시 대통령)로 서로 다른 대답이 나온 것도 그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한 정부 당국자는 “정상회담에선 군, 파병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식 회담장이 아닌 정상 간의 담화 과정 등에서 관련 언급이 오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상회담에서의 정식 요청 여부를 떠나 ‘재파병’을 바라는 미국의 속내가 공공연히 드러난 것이라는 풀이도 있다. 어느 쪽이든 아프간 파병 문제는 일단락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인화성 강한 한-미 간 현안으로 남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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