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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유라시아 세력판도 변화 미국 일등적 지위 ‘흔들’

등록 2008-08-19 21:25

중앙아시아·중동 흔들리는 세력 판도
중앙아시아·중동 흔들리는 세력 판도
러, 그루지아 침공·이란 핵개발 강행
“러시아 봉쇄 지나쳐 역효과” 지적도
유라시아에서 구축된 ‘냉전 이후 세력판도’에 균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소련 해체 이후 유라시아에 지속된 미국의 일등적 지위가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가 친미 정권인 그루지야를 침공한 지 열흘 만에 미국의 대테러전 거점인 파키스탄에서 친미 인사인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물러났다. 여기에 더해 몇 해째 계속되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 추진 등은 미국의 유라시아 전략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러시아가 체첸과의 분쟁 등 러시아연방 내에서 물리적 힘을 행사한 적은 있지만, 지난 8일 옛소련 국가인 그루지야를 침공한 것처럼 국경을 맞댄, 그것도 미국과 사실상 ‘동맹’ 관계에 있는 나라를 상대로 군사력을 동원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야누스 부가이스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최근 “러시아가 그루지야에서의 행동을 통해 카프카스(코카서스)·카스피해·흑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뒤엎고, 서방의 추가적인 팽창을 적극적으로 막아내 러시아의 범지역적 ‘위치’를 다시 주장하고 있다”며 “멀리 보면, 러시아의 목표는 더 넓은 유라시아 지역에서 지배적인 정치적 행위자가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소련 해체 이후 독립한 중앙아시아 공화국에 ‘테러와의 전쟁’을 기회로 군사기지를 구축하며, 유라시아 대륙 중앙에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다. 이로써 서쪽으로는 나토, 동쪽으로는 한-미-일 군사동맹에 이어 유라시아 중앙에 거점을 마련했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는 포위망이기도 하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국가안보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1997년 펴낸 <거대한 체스판>에서 “패권적이고 적대적인 유라시아 강국의 부상을 저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미국이 세계 일등적 지위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 사안”이라며 유라시아를 하나의 거대한 체스판으로 비유했다.

파키스탄은 미국의 이런 유라시아 중앙 전략의 교두보이자 통로다. 하지만 파키스탄의 내정 변화가 복병으로 떠올랐다. 9·11 이후 미국의 대테러 전쟁의 거점 구실을 해온 파키스탄에서 친미 노선을 걸어온 무샤라프가 권좌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브레진스키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더욱 밀접한 관계는 투르크메니스탄에 대한 국제적 접근을 좀더 용이하게 해 줄 것이고,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강화시켜 주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파키스탄의 전략적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서방의 경제적 제재 등 줄기찬 압력과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핵 프로그램을 강행하는 이란의 존재도 미국의 유라시아 전선에 큰 걸림돌이다. 미국은 또 급속한 경제성장을 거듭해온 중국이 서쪽 끝 국경을 맞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안보와 자원 확보를 이유로 관계 강화에 나서면서 이 지역에서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루지야 침공은 러시아의 미국에 대한 도전의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 소련에 속했던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등 서방과의 거리를 계속 좁혀온 다른 유라시아 국가들은 이제 수시로 러시아의 눈치를 봐야 할 형편이다. 부가이스키 연구원은 “그루지야 위기는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와 같은 나라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희망을 단념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은 빈틈과 변화가 생긴 유라시아 전선을 메울 새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의 유라시아 패권 전선의 균열이 러시아에 대한 ‘봉쇄’ 등 지나친 압박이 불러온 역작용이라는 분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방은 옛소련 국가로까지 나토의 영역을 확장하려 하고, 자원개발과 경제협력을 이유로 친서방 국가들을 늘려 나갔다. 유라시아 서·남부에서 러시아의 지정학적 고립감은 커갔고, 러시아가 서방의 확장을 차단하기 위해 그루지야를 공격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9일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최근 몇주 동안 그루지야에서 러시아의 행동은 워싱턴과 유럽으로 하여금 서구로부터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는 조처(정책)들을 재검토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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