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민주당 집권 ‘대등한 미-일 관계’ 추진
8월30일은 일본 정치사에서 새로운 역사가 쓰인 날이다. 중의원 총선 결과 1955년 이후 사실상 54년간 일본을 지배해온 자민당은 의석이 3분의 1 가까이 줄어든 역사적 참패를 당하고 민주당에 정권을 내주었다. 일본 국민은 ‘콘크리트에서 사람으로’를 내세운 민주당에 변화를 기대하고 표를 몰아주었다. 9월16일 출범한 하토야마 정부는 안으론 관료정치 청산, 재정낭비 요소 척결작업을 전개해 일본 국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특히 밖으론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이전문제를 놓고 미국과의 마찰을 불사하며 ‘대등한 미-일 관계’를 실험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찮았다. 기존 체제의 높은 벽에 정면으로 도전해 국민들의 변화 열망을 채워주기에는 하토야마 총리의 정치역량이 충분하지 못했다. 지지율은 70%대에서 출범 3개월 만에 40%대로 떨어졌다.
■ 미 첫 흑인대통령 오바마에 큰 기대
지난 1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제44대 미국 대통령 취임은 그 자체로 ‘변화’였다. 전임 조지 부시 정권에 대한 실망과 금융위기 여파 속에서 ‘변화’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48살 젊은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컸다. 오바마는 관타나모 기지 폐쇄, 의료보험 개혁안 추진, 금융규제 강화 추진 등 진보적 이념 지향이 바탕에 깔린 국정 어젠다들을 밀고 나갔다. 대규모 경기부양 자금을 풀어 예상보다 빨리 금융위기를 벗어나게도 했다.
특히 대외관계에서 오바마는 부시 행정부의 일방외교에서 벗어나 ‘소프트 파워’ 및 ‘스마트 외교’를 내세우며 유연한 외교를 택했다. 오바마는 소련의 해체 이후, 유일 강대국으로 군림해온 미국의 일극주의 대신 세계의 다극화, 다자외교 시대를 스스로 주창한 것이다.
오바마는 지난 6월 이집트 카이로 연설에서 이슬람에 대해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으며, 동구권 미사일 계획(MD) 철회 등으로 국제관계의 지형을 근간부터 흔들었다. 비록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논란을 빚긴 했으나 오바마는 ‘핵 없는 세상’ 구현을 위한 비전 제시 등으로 취임 첫해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오바마도 결국은 아프가니스탄에 3만명 증파 결정을 내려 진보진영한테서 ‘부시 정부와 다른 게 뭐냐’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세계는 여전히 오바마에 대한 기대감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
■ 중국 건국 60돌 ‘G2 가입 생일선물’
중국이 10월1일 건국 60돌 생일을 맞았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활”을 선언하는 성대한 축제와 함께 중국은 세계 양대 강국 G2의 일원이 되는 특별한 ‘생일 선물’을 받았다.
중국은 경제위기를 딛고 가장 먼저 일어서면서 국제무대에서 위상이 급격히 높아졌다. 1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G2 시대 개막’의 상징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막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위기 극복, 북한·이란 핵문제, 기후변화 등 전세계 주요 사안을 중국과 함께 논의하고 책임을 나눠 지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이 동등하게 바둑판 앞에 앉아 천하를 무대로 대국을 하자는 의미로 ‘바둑 세트’를 선물했다.
■ 신종 플루 ‘대유행’…마스크 쓴 세계인
최첨단을 사는 21세기 인류에게 사스(SARS)에 이어 신종 플루라는 바이러스의 공포가 엄습했다. 지난 4월 멕시코에서 처음 발생한 신종 플루는 순식간에 확산돼 두달 뒤인 6월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대유행’을 선언해야 했다. 1918년 발생해 2년 동안 전세계에서 25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의 악몽을 재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었다.
다행히 신종 플루의 독성은 계절성 독감보다도 낮은 것으로 판명 났지만, 감염력이 워낙 높아 공포는 여전하다. 세계보건기구 공식 집계로 전세계 208개국에서 확진환자가 나왔으며, 사망자 수는 1만명을 넘어섰다.
■ 금융위기 진정 국면…더블딥 우려는 계속
국제통화기금(IMF)은 올 세계 경제가 2차 세계 대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1.1%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지구촌을 휩쓴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빠르게 전염된 탓이다.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금융위기는 3월 이후에야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 증시 등 자산시장도 빠르게 회복했다. 주요국의 경제 성장률도 3분기 이후 플러스(+)로 전환하면서, 경기부양을 위해 폈던 통화팽창과 재정확대 정책을 거둬들여야 한다는 ‘출구 전략’ 논쟁이 거셌다. 하지만 11월 두바이의 ‘모라토리엄’(채무지급 유예) 선언으로 세계 금융시장은 다시 한 번 크게 요동쳤다. 커다란 재정적자와 높은 실업률, ‘더블딥’ 및 새로운 자산 거품 우려 등은 체력이 떨어진 세계 경제를 또한번 시험하고 있다.
■ ‘아프팍 수렁’ 빠진 미, 단계 철군 승부수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발발 8년째인 올해도 아프팍(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지난 10월에는 아프간 전쟁 미군 사망자가 59명으로 개전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희생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결국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미군 3만명을 증파하는 대신 2011년 7월부터 아프간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한다는 출구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아프팍의 또다른 축인 파키스탄 정부는 그동안 꺼려오던 자국 내 탈레반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개시했다. 그러나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의 부패 논란과 자국 내 이슬람 강경세력의 테러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팝 황제’ 마이클 잭슨, 하늘로 ‘문워크’
1980~90년대를 풍미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6월25일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1982년 내놓아 1억장이 팔린 <스릴러>를 비롯해 그의 앨범들은 7억5000만장 넘게 팔렸다. 달 위를 걷는 듯한 독특한 춤 ‘문워크’는 그의 상징이자, 80년대 팝문화의 상징이었다. 50년의 생애 동안 39년을 가수와 작곡가로 살면서 비틀스, 엘비스 프레슬리와 어깨를 나란히 한 대중가수로 평가받는 그의 삶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는 94년 아동성추행 혐의로 입건돼 이미지에 금이 갔고, 성형수술 부작용에도 시달렸다. 그 고통을 견디기 위해 쓴 약물이 끝내 그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 ‘온실가스 감축 협정’ 내년으로 연기
더워지는 지구를 살려내야 한다는 희망은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190여개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이틀간 진행된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걸렸다. 2012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협약을 마련하기 위한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목표, 개발도상국 지원금 규모 등을 놓고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선 극심한 의견 충돌이 빚어졌다. 기온 상승을 2℃ 이내로 유지하자는 ‘코펜하겐 협정’에 합의했지만 구속력 없는 정치적 합의에 그쳤다. ‘코펜하겐 녹색기후기금’을 조성해 개도국에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00억달러를, 이후 2020년까지는 해마다 1000억달러를 지원키로 한 것은 성과다.
■ EU ‘미니헌법’ 발효…정치통합 첫걸음
27개 회원국으로 확대된 유럽연합(EU)이 정치통합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12월1일 발효된 리스본조약은 ‘유럽연합 대통령’으로 일컫는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외무장관 격인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를 두는 등 유럽연합 차원의 권한을 강화한 ‘미니헌법’이다. 유럽연합의 대외적 대표성과 영향력을 높이고, 의사결정을 효율화하기 위한 진전으로 평가되지만, 대외적으로 한목소리를 내는 초국가적인 유럽연방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슬람포비아(이슬람 혐오증)가 확산되면서, 통합의 심화와 확대라는 두 목표를 향해 나가는 유럽연합은 정치경제적 통합 이전에 사회문화적 통합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음을 드러냈다.
■ 이란 대선 선거부정 시비…‘신정’ 타격
6월 이란 대선은 선거부정 시비로 대규모 항의시위를 촉발하면서 성직자 통치체제의 권위에 심각한 상처를 안겼다. 2주간 지속된 반정부 시위와 군경의 초강경 유혈진압으로 최소 13명이 숨졌다. 시위현장에서 한 여대생이 총탄에 맞아 생명이 꺼져가는 처연한 모습의 비디오 영상이 인터넷으로 지구촌 전역에 퍼지면서 누리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일부 재검표 끝에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재선을 추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