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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총리·황제의 굴욕 보통사람의 비상

등록 2009-12-28 21:09수정 2009-12-29 15:54

폴란스키·셀라야·우즈 등 지고
수전보일·카디르 등 우상으로
잭슨 숨졌지만 ‘팝황태자’ 우뚝
* 총리·황제 : 베를루스코니·타이거 우즈, 보통사람 : 수전 보일




‘새옹지마’의 법칙은 2009년에도 어김없이 작동했다. 어떤 이는 무명에서 하루아침에 스타로, 어떤 이는 우상에서 조롱거리로, 또 어떤 이는 이승을 떠나 저승에서 더욱 빛났다.

올해 가장 영화 같은 삶을 산 사람은 마누엘 셀라야 전 온두라스 대통령이다. 6월28일 쿠데타 세력에 잠옷 차림으로 코스타리카로 쫓겨났던 그는 9월에 15시간 동안 산과 강을 건너고 수차례 차량을 바꿔 타며 온두라스로 잠입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두달 넘게 브라질 대사관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다가 지난달 말 야당 쪽 후보가 새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장면을 멍하니 지켜봐야 했다.

2003년 영화 <피아니스트>로 아카데미상까지 거머쥐었던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32년간의 유럽 도피생활 끝에 지난 9월 스위스에서 체포돼 미국 법정에 설 처지다. 197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13살 소녀 모델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가 불구속 재판을 받던 중 유럽으로 달아났던 그는, 자택구금 상태에서도 요즘 피어스 브로스넌 등이 출연한 영화 <더 고스트>의 마무리에 한창이다. 타이거 우즈 는 골프 황제에서 하루아침에 ‘밤의 황제’로 추락했다. 지난달 말 교통사고를 계기로 불륜 보도가 나온 여성은 최소 14명에 이른다. “무기한 골프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부인이 유명 이혼변호사를 고용하고 각종 후원업체의 후원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그가 지금 “인생의 게임을 치르고 있다”고 전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연설 도중 정신질환을 앓았던 40대 남성이 던진 성당 모형의 조각상에 맞아 콧대가 주저앉아 되레 뜬 경우다. 그는 이라크 기자가 던진 신발에 맞을 뻔했던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떠올리게 했지만, 부시와 달리 동정여론으로 콧대의 회복과 함께 지지율도 조금 회복했다.

화려한 주인공들도 있다. 4월 영국 <아이티브이>(ITV)의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출연한 48살의 ‘보통사람’ 수전 보일은 지구촌의 최대 화제로 떠올랐다. 그가 ‘아이 드림드 어 드림’을 노래하는 모습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의 조회수는 3억건이 넘었고, 연말에 나온 그의 앨범은 불과 일주일 만에 전세계로 200만장이 팔려나갔다. ‘위구르의 달라이 라마’, ‘위구르인들의 대모’로 일컬어지는 라비야 카디르는 국제사회에 ‘G2’로 불리는 거대한 중국에 홀로 맞서다시피 했다. 중국 내 소수민족인 위구르족들의 4월 반중시위를 계기로, 국제사회에 60여년 전 완전히 중국에 나라를 뺏긴 900여만 위구르인들의 존재와 고통을 알려나갔다. 이 때문에 뒷머리를 두 갈래로 땋은 62살의 그는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거론됐다.

우리 곁을 떠난 뒤 ‘빈자리’가 더 커 보였던 인물들이 있으니 마이클 잭슨은 그 대표일 게다. 아동 성추행 혐의나 얼굴 성형수술의 부작용 등으로 얼룩졌던 그이지만, 지난 6월 숨진 이후 앨범 판매 등으로 수억달러를 벌어들이고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의 4개 부문을 석권했다. 존 에프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동생으로 의료보험 개혁 등에 힘써왔던 에드워드 케네디 전 상원의원은 8월에 세상을 뜬 뒤 ‘진보 진영의 수호자’로 더욱 빛났다. 이란의 6월 부정선거 항의 시위에서 총에 맞아 숨진 27살 여대생 네다 아가 솔탄은 ‘저항의 상징’으로 떠올라, 이란 내 반정부 시위에 불을 지폈다.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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