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는 정말 ‘임금 노동자’가 지었나
노동자 묘지 또 발견…벽에 ‘쿠푸 왕의 친구’ 낙서
“피라미드는 노예가 만들지 않았다.”
이집트 유적 발굴을 이끌고 있는 고고학자 자히 하와스가 “피라미드는 노예가 아니라 자유로운 노동자들이 만들었다”고 10일 주장했다. 하와스는 그 증거로 카이로 서쪽 기자 지구에 있는 쿠푸 왕의 피라미드 주변에서 새로 발굴된 노동자들의 묘지를 들었다. 그는 “노예였다면 왕의 무덤 옆에 자신들의 무덤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와스는 노동자들의 무덤 벽에는 자신들을 ‘쿠푸 왕의 친구’라고 쓴 낙서도 있다고 전했다. 노예 신분이라면 감히 왕을 친구로 써넣지는 못했을 것이란 추정이다. 그동안 영화나 소설은 노예들이 피라미드 건축에 끌려가 일을 하다가 비참하게 죽었다는 식으로 묘사해 왔다. 실제로 고고학계에서는 그동안 노예가 아닌 자유민들이 나일강이 범람하는 기간에 이동해 와 왕으로부터 식량을 제공받고 피라미드를 건설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돼 왔다.
노동자들의 무덤은 1990년 기자 지구를 지나가던 말이 길이 10m짜리 벽돌에 걸려 넘어지면서 처음 존재가 밝혀지기 시작했다. 10일 공개된 기자 지구의 노동자 무덤은 제4왕조 시절인 기원전 2694~2513년 사이 것으로 추정된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하와스는 기자 지구 피라미드 건설 당시 노동자들 식량으로 날마다 버펄로 21마리와 양 23마리가 제공됐다며, 이를 근거로 노동자 수를 1만명 수준으로 추정했다. 이는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가 주장한 10만명설의 10분의 1 수준이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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