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0년 백인들의 ‘사적 처형’에서 기적적으로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제임스 캐머런(가운데)이 13일 상원을 방문해 75년만에 미 의회의 사과를 받고 마크 프라이어 상원의원(민주·애리조나주)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캐머론 뒤의 여성은 사과 결의안을 발의한 루이지애나
미 상원, 흑인처형등 인권유린 공식사과
91살의 늙은 흑인 제임스 캐머런은 13일(현지시각) 워싱턴의 의사당을 찾았다. 미국 상원으로부터 사과를 받기 위해서였다.
75년 전인 1930년 16살의 구두닦이 소년이었던 캐머런은 인디애나 매리슨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백인남성을 살해하고 백인여성을 강간했다는 누명을 쓴 그에게 성난 백인 군중들은 올가미를 씌웠다. 누군가 “이 아이는 죄가 없다”고 소리치지 않았다면 그대로 끝장이었을 것이다. 그의 친구 두 명은 끝내 교수형을 당했다. 법원 판결도 없이 행해진, 군중들의 사적인 처벌이었다.
이렇게 지역사회의 담합 아래 폭력을 행사하는 ‘사적 처형’은 1960년대까지 계속됐다. 4743명이 숨졌다. 그중 3/4 이상이 인종차별에 희생된 흑인이었다.
연방정부는 사적 처형을 금하는 법안을 여러 차례 의회에 제출했지만, 의회는 인종차별주의에 물든 남부 출신 의원들의 방해로 입법을 할 수 없었다.
이제야 비로소 의회는 ‘사적 처형’을 막지 못한 잘못을 피해자 후손들에게 사과했다. 캐머런은 처형 현장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다. 이날 상원엔 캐머런 외에도 200여명의 피해자 후손들이 참석해 의회의 사과를 받았다.
미 의회가 과거사를 사과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8년엔 2차 세계대전 때 미국 거주 일본인들을 수용소에 감금했던 일을 사과했다. 1993년엔 19세기 하와이왕국을 전복시킨 일을 하와이 원주민에게 사과했다. 입법권을 가진 의회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의회는 이날 저녁 구두표결로 ‘사적 처형’을 당한 사람과 그 후손에게 공식 사과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제임스 캐머런은 〈유에스에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건 100년이나 늦은 일이다. 그러나 나는 의회의 행동에 기쁘다”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은 한걸음 더 나가, ‘사적 처형’의 실상을 기록하고 피해자 배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미국식 ‘과거사 청산’은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의회는 이날 저녁 구두표결로 ‘사적 처형’을 당한 사람과 그 후손에게 공식 사과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제임스 캐머런은 〈유에스에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건 100년이나 늦은 일이다. 그러나 나는 의회의 행동에 기쁘다”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은 한걸음 더 나가, ‘사적 처형’의 실상을 기록하고 피해자 배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미국식 ‘과거사 청산’은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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