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계화집회 새 ‘국제관행’
집회 막은 시애틀선 배상금
집회 막은 시애틀선 배상금
반세계화 시위를 열면 ‘국격’이 떨어질까?
정부는 11일 시작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위해 회의장 주변의 집회·시위를 원천 차단하는 것을 뼈대로 한 ‘G20 특별법’을 만들어 시행중이다. G20에 대항해 비정부기구(NGO)들이 여는 서울국제민중회의에 참석하려는 외국 활동가들의 입국도 불허했고, 인천공항에서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집회 불참을 종용하는 유인물도 뿌리고 있다. “반세계화 시위대의 입국 등 폭력시위가 발생하면 국제사회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G20 특별법 제안이유)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외국과 견줘볼 때 과도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많다. 1999년 11월 이른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라고 불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 맞선 대규모 반세계화 시위 이후 세계 엔지오들의 대규모 반대 시위는 일종의 전통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2001년 7월에 열린 이탈리아 제노바의 G8 회의 때는 무려 20여만명의 시위인파가 몰려들었고, 이런 흐름은 2003년 멕시코 칸쿤, 2005년 홍콩의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 지난해 4월 런던 G20 금융정상회의 등으로 이어졌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지난 7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전태일 40주기 노동자대회’ 상황을 전하며 “한국이 G20 기간 열리는 반자본주의 시위를 우려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기준에서 볼 때) 이는 일반적인 것”이라며 “경찰이 최루 스프레이를 쏘며 집회를 막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분했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뚜렷한 이유 없이 집회를 막았다가 거액을 배상한 선례도 있다. 2007년 4월, 미국 시애틀시는 8년 전 반세계화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체포된 시위대 175명에게 한 사람당 3천~1만달러(총 100만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미 연방법원이 “합리적 이유 없이 평화로운 시위대의 헌법적 권리인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것은 시애틀 당국의 잘못”이라는 판단을 내놨기 때문이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G20과 같은 커다란 국제행사가 있으면 엔지오들도 그에 맞서는 대안 행사를 동시에 여는 게 국제적인 관행”이라며 “엔지오가 집회를 열면 국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고가 국격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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