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축제에 인파 100만명
한꺼번에 몰려 대형 참사
“사고원인 아직 오리무중”
의료시스템 미비 피해 커
한꺼번에 몰려 대형 참사
“사고원인 아직 오리무중”
의료시스템 미비 피해 커
인파가 흩어진 자리에는 수백개의 신발이 나뒹굴고 있었다. 불과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축제의 함성이 가득하던 메콩강의 지류인 톤레사프강과 바삭강에는 주검들이 둥둥 떠다녔고, 미처 치우지 못한 주검의 얼굴에는 현지 관리들이 임시로 종이를 덮어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캄보디아 영자신문 <프놈펜 포스트>는 23일 “물 축제 본옴툭의 마지막 날인 22일 밤 9시30분께 코픽섬과 프놈펜 도심을 잇는 다리를 통해 100만명의 인파가 섬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일부 시민들이 무엇엔가 놀라 패닉 상태에 빠졌다”며 “놀란 시민들이 서로를 깔아뭉개고, 일부는 강물에 빠지면서 수백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사고가 터진 뒤 5시간 뒤인 23일 새벽 2시30분 훈 센 캄보디아 총리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고는 수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폴포트 정권의 대학살 이후 31년 만에 우리나라에 닥친 가장 큰 비극”이라며 “상처받은 동포들과 부상자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정부는 25일을 국가 애도일로 선포하고 조기를 게양하도록 했으며, 사망자 가족들에게 장례비로 500만리엘(1250달러), 부상자들에게는 100만리엘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378명이 숨지고 500여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캄보디아 현지 관리들은 “사고의 원인은 아직 오리무중”이라고 말했다. 정보부 장관 키우 칸하리트는 “많은 인파가 섬을 빠져나가는 도중에 군중 일부가 무엇엔가 겁을 먹은 것 같다”고 말했다. 목격자들도 “사람들이 겁에 질려 달려나가며 서로를 깔아뭉개기 시작했고 일부는 강으로 뛰어들었다”고 증언했다. 누이가 현장에서 실신한 욱 소크훙(21)은 “다리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헌병들이 뒤에서 인파를 향해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다”고 증언했지만, 현장에서 음료수를 팔던 소 체아타는 <에이피>(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패닉은 10여명의 사람들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군인들이 물대포를 쐈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위원회를 만들어 조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캄보디아에서는 우기가 끝나는 시기에 맞춰 3일 동안 본옴툭이라는 물 축제를 연다. 이 축제 때 열리는 전통 배 경주를 보기 위해 매년 캄보디아 인구(1480만명)의 8분의 1인 200여만명이 수도로 몰려든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캄보디아는 지역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의료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지금까지 62명 주검의 신원이 확인됐으며, 대부분은 20대 여성이라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캄보디아의 가장 큰 병원인 칼메트 병원 복도에는 여전히 부상자들과 주검이 방치돼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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