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열린 사회를 꿈꾸는 인터넷시대의 ‘톰 소여’

등록 2010-12-05 20:51

10대 때부터 컴퓨터 해킹
“자유 정보가 시장에 도움”
조직내부 불투명성 논란
범죄자인가, 박해받는 혁명가인가?

위키리크스의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39)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의 한 보좌관은 “그는 살해돼야 한다”는 극언을 쏟아냈고, 어산지의 변호인인 마크 스티븐스는 지난 2일 영국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가 미국 외교 전문 공개 이후 박해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지난달 30일 어산지에 대한 분석 기사에서 “그는 매우 복잡한 인간”이라고 평했다. 어산지는 1971년 ‘책임감 없는’ 오스트레일리아 부모에게서 태어나 유년 시절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는 올해 초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톰 소여 같은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14살이 될 때까지 37번 이사를 다녔다. 16살 때 어머니가 사준 코모도어64 컴퓨터에 모뎀을 붙여 ‘네트워크의 세상’에 눈을 뜬 그는 10대 때부터 컴퓨터 해킹을 시작했다.

<가디언>은 최근 그가 위키리크스를 만들었던 2006년 시절의 블로그 글들을 인용하며 ‘이상주의적이고 로맨틱하며 지적인 해커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어산지의 글에는 볼테르, 갈릴레오에서 바쿠닌, 프루동, 체 게바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어산지 스스로는 지난달 미국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여러 곳에서 다양한 이들에게 배웠기 때문에 특정한 철학이나 경제학파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스로를 ‘리버테리언’(libertarian)이라고 부르는 데 동의했다. 그는 정보 공개가 시장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중고차 시장의 레몬(불량품을 뜻하는 은어)’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만약 구매자들이 레몬을 구별해 낼 수 없다면 판매자들은 좋은 차를 갖고 있는데도 제값을 받지 못한다. 자유 시장은 자유 정보를 전제로 한다.”

경제학에선 시장 참여자들 사이의 이런 정보 격차를 ‘정보의 비대칭성’이라고 부른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이면 궁극적으로 기업과 국가에 이익이 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위키리크스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지난해 중국을 강타한 멜라민 분유 파동의 예를 들었다. “당신이 좋은 기업가라고 가정하자. 그런데 다른 회사에선 분유에 우유의 비중을 줄이고 멜라민을 채우고 있다. 그럼 그 회사는 이윤을 보게 되고, 당신은 파산한다.” 그는 “위키리크스의 일은 비윤리적인 회사에 ‘나쁜 평판’이라는 (사회적)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산지는 권력에 대한 증오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1일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위키리크스는 세계를 좀더 시민적으로 만들려는 조직”이라며 “법이란 힘있는 사람이 ‘이것이 법이다’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는 누리집에 “더 나은 감시는 정부는 물론 회사 등 모든 사회조직에서 부패를 줄이고 더 강한 민주주의를 만든다”고 선언하고 있다. 어산지는 “나는 규제를 좋아하지 않지만 권력 남용은 규제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위키리크스 자체가 자신이 비판하는 불투명한 조직이 되어가고 있고, 어산지의 독재적 스타일에 대해 반발해 위키리크스 멤버 가운데 몇명은 최근 독립해 새로운 폭로 사이트 제작에 나서기도 했다. 위키리크스의 구성과 의사결정 과정은 불투명하고 재정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검증도 불가능하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위키리크스는 기성 언론이 자신이 획득한 정보를 공개하는 게 공익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자신이 판단하듯 그들도 스스로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과학협회에서 정부 기밀에 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스티븐 애프터굿은 “위키리크스는 단순히 비밀에 대한 공격을 하고 있을 따름”이라고 어산지를 깎아내렸다. “만약 위키리크스가 내부자 고발을 하려는 것이라면 부패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고, 역사적 사실을 밝히는 것이라면 검증 가능한 팩트의 발견을 강조해야 한다”며 “위키리스크는 단순히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공개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