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시기상조” 말 아껴
어산지 “스웨덴 인도 거부”
어산지 “스웨덴 인도 거부”
“저는 저의 신병을 스웨덴에 인도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7일 오전 영국 경찰에 자진출두한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39)는 이날 오후 보석 신청에 대한 영국 법원의 결정을 받기 위해 웨스트민스터 치안법원에 출석했다. 어산지와 그의 변호인 존 존스 변호사는 하워드 리들 판사 앞에서 보석 신청의 이유와 스웨덴에 신병을 인도하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를 제시했지만 끝내 보석 결정은 끌어내지 못했다.
영국 언론들은 이날 어산지의 보석 신청이 기각됐음을 전하며 그가 심리가 재개되는 14일까지 구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리들 판사는 구속의 이유로 어산지가 도주의 위험이 있고, 불안정한 이들로부터 공격을 받을 위험이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보석 신청이 기각된 어산지는 이날 저녁 런던 완드워스 교도소에 수감됐다. 위키리크스 관계자는 <가디언>에 “어산지가 보석으로 풀려날 것으로 예상하고 구금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는 어산지의 구속 이후에도 미국 대사관의 외교전문 공개를 계속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가디언>은 “위키리크스 활동가들은 지난 6일 런던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어산지가 없는 상황에서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7일 런던의 거점에 모여, 다수는 외교전문 공개 작업을 계속하고, 일부는 어산지 석방 운동에 집중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키리크스 대변인 크리스틴 흐라픈슨은 “어산지가 구속된 뒤에도 비밀의 공개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6일 하루 동안 추가 전문 공개가 멈췄던 위키리크스의 사이트는 이후 업데이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 필립 크라울리는 “어산지의 체포를 환영한다”며 “미국이 범죄인 인도요청은 할 수 있지만, 아직 수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이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비비시>(BBC) 등 영국 언론들은 “어산지의 신병을 스웨덴에 넘기기까지 스웨덴 검찰이 제출한 증거와 법률 등을 검토하는 데 몇달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한편, 어산지는 경찰 출두 직전까지 지난 몇달 동안 런던의 언론인 클럽인 프런트라인클럽에 본거지를 두고 활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모국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그동안 어산지를 비난해왔지만 “영국에 있는 현지 외교관들이 런던에 구금된 어산지를 지원할 것”이라고 7일 밝혔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