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브리핑서 질문 집중
지난 10일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의 기자회견장으로 낯익은 얼굴의 두 남자가 입장했다. 한명은 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 다른 이는 42대 대통령 빌 클린턴이었다.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 통보에 당황한 것은 백악관 공보팀이었다. 이들은 부랴부랴 출입기자들을 불러 모았다. 지난 6일 공화당과의 ‘부유층 감세안 타협’으로 기존 당내 지지파로부터 맹비난을 받는 궁지에 몰린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16년 전 자신과 똑같이 중간선거 패배 뒤 개혁정책을 접을 수 밖에 없었던 클린턴에게 조언을 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짧은 발언 이후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연단에 올랐다. 연단의 중심에 선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곁에 섰던 오바마 대통령이 잠시 말을 끊었다.
“저를 위해 아내가 한시간 반이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만 자리를 뜨겠습니다.”(오바마) “네, 저도 그가 화나는 걸 바라지 않는군요. 가셔도 좋습니다.”(클린턴)
이후 30여분 동안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음성이 홀로 백악관 브리핑룸을 가득 채웠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 광경을 “권력 교체까진 아니지만 임시 이양처럼 보였다”고 표현했고, <뉴욕 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직도 많은 미국인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클린턴 전 대통령을 백악관 브리핑룸에 올림으로써 도움을 받았다”고 적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부유층을 포함해 모든 소득계층에 대한 감세조처를 2년 연장하기로 한 이번 감세 타협안과 관련해 “전체적으로 이번 안이 최대한 많은 미국인들을 돕고, 미국 경제회복을 앞당기는 최선의 안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타협안은 이르면 오는 14~15일 상원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지만 상원에서 통과되더라도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앞길이 험난하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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