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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검열 반대” 사이버전사들, 미국에 맞짱뜨다

등록 2010-12-28 08:32

‘배스’
‘배스’
위키리크스 지지 해커들 탄압 맞서 보복 공격
전세계적 반향 불렀지만 ‘표현의 한계’ 고민
“사이버 세계대전” “찻잔속 태풍” 평가엇갈려
[2010년이 던진 21세기 화두]

href="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455042.html" target="0">① 스마트 혁명, 삶의 혁명 ☞
② 중국 굴기, 헤게모니의 혼란 ☞
③ 유럽 연금 시위, 미래의 불안☞
④ 환율전쟁, 통화질서의 균형 ⑤ 위키리크스, 사이버 공간의 정치선언

지난 16일 선글라스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배스’(사진)라는 인물이 영국의 위성 뉴스채널 <스카이뉴스>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을 미국 외교 전문 25만여건을 공개해 세상을 발칵 뒤집은 위키리크스를 지지하는 해커들의 모임인 ‘어노니머스’의 일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위키리크스를 탄압하는 조직에 대한 ‘되갚음 작전’에 9천명의 자원자들이 동원됐다”며 “공격 대상이 현시점에서는 매우 제한적이지만 위키리크스의 검열과 관계가 있는 기관들을 추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앞서 이들은 지난 8~9일 위키리크스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했던 마스터카드, 비자, 페이팔 등의 사이트를 공격해 다운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자신을 20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소개한 어노니머스의 대변인 ‘콜드블러드’도 <비비시>(BBC) 라디오와 한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의 참여로 운동은 더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 전문 공개로 시작된 ‘위키리크스 사태’는 폭로의 내용만큼이나 ‘핵티비스트’(해커와 액티비스트의 합성어로 사이버 행동주의자를 뜻함)들의 활동으로 지구촌 전체에 적잖은 정치·사회적 충격을 남겼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핵티비스트라고 불리는 ‘익명의 시민들’이 ‘미국이라는 세계 초강대국을 대상’으로, ‘언론의 자유라는 자유 민주주의의 핵심가치를 위해’, 반대파들에게 실제로 피해를 줄 수 있는 사이버 공격이라는 ‘사실상의 폭력’을 행사했다는 데 있다.

그 때문에 영국 <가디언>은 지난 11일 이번 사태를 “(미국 정부와 그 압력에 굴복한 거대 기업들이라는) 기존 체제와 인터넷이라는 자생적인 풀뿌리 문화의 첫번째 충돌”이라며 이를 ‘사상 첫번째 사이버 세계대전’이라고 명명한 한 블로거의 주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물론 그동안에도 이런 사이버 행동주의는 사회·문화 등의 영역에서 진행됐지만 이번처럼 전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가히 사이버 공간의 본격적인 정치 선언이라 부를 만하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사태가 세계인들에게 사이버 공간을 통한 정치적 의사표현의 한계는 어디까지이며, 그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둘러싼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프라인의 디도스 공격이라 부를 수 있는 건물 출입구를 막는 ‘연좌 농성’의 경우, 시위대가 건물 출입을 방해하고 교통체증을 일으켜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위해 이런 피해를 기꺼이 감당하고 있다. 잡지는 “(그런 의미에서) 핵티비스트의 활동을 보호할 것인지 처벌할 것인지는 극히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영국에서 사이버 공격은 최대 10년형이 부과될 수 있는 범죄다.

사이버 행동주의가 나아가 대의 민주주의의 쇠퇴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메일·동영상·사이버 공격 등을 통한 정치적 의사표현의 기회가 늘어나면서 국회 등의 대의 기관의 역할이 줄어드는 대신 정부와 시민이 직접 충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줄리언 어산지는 그동안 “미국의 유엔 고위 관리들에 대한 사찰이 사실이라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오바마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고, 많은 핵티비스트들은 자신을 ‘사이버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라 부르는 데 동의한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 폴리시>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 등은 그동안 “사이버 민주주의가 확장될수록 국회나 정당의 역할이 줄어들어 결국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여러 차례 내놓은 바 있다.


한쪽에선 이번 사태를 ‘전쟁’이라 부르는 것은 지나친 의미 부여라는 지적을 내놓기도 한다. 미국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23일 “(위키 사태를 둘러싼) 수천개의 트위터 글, 언론 기사, 요란스런 선전에도 어노니머스의 디도스 공격은 소규모가 참여한 세련되지 못한 것”이었다며 “사이버 전쟁이라기보다는 대학 수준의 사이버 연좌농성에 가까웠다”고 분석했다.

연말 핵티비스트들의 공격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을지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떠오를 때마다 기성 권력과 사이버 행동주의가 더 자주, 더 첨예하게 대립하리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변화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끝>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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