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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메뉴·음악 ‘아메리칸 스타일’… 청룽 등 중국계 대거 초대

등록 2011-01-20 20:27수정 2011-01-20 21:16

백악관 국빈만찬
백악관 국빈만찬
스테이크·랍스터 식탁에 재즈공연 곁들여
미셸, 중국인 좋아하는 붉은 옷 입어 눈길
중 인권활동가 등 225명 3개방 나눠 식사
[미-중 정상회담] 화려했던 국빈만찬

립아이 스테이크, 미 메인주의 바닷가재, 애플파이, 아이스크림, 재즈….

미국식 질서를 위협하는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 최고 지도자에게 미국 정부가 베푼 만찬은 미국의 정서와 가치에 충실한 전형적인 미국식 식사였다.

19일 오후 6시(현지시각)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태운 검은색 리무진이 백악관 현관 앞에 멈춰섰다. 후 주석이 차에서 내리자 흰색 드레스 셔츠와 턱시도 정장을 차려입은 오바마 대통령과 부인 미셸이 현관 앞으로 나가 반갑게 그를 맞았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날 미셸이 입은 화려한 붉은색 드레스에 대해 “중국인들이 붉은색을 행복과 번영의 상징으로 여기는 점을 감안한 선택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붙였다. 푸른색 넥타이를 맨 후 주석은 다소 머뭇거리는 모습으로 오바마 부부 가운데 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뉴욕타임스>는 “국빈만찬은 미국 정부가 외국 정상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예우”라며 “장쩌민 주석에 이어 14년 만에 미국 정부가 베푼 만찬의 테마는 ‘전형적인 미국’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주 요리는 백악관 농장에서 직접 기른 채소와 어니언 링을 곁들인 미국 메인주의 바닷가재 요리와 립아이 스테이크, 디저트는 미국 서민들이 즐겨먹는 애플파이와 바닐라 아이스크림 등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건배사에서 미국 사회의 핵심 가치인 ‘가족주의’를 강조하며 ”우리는 교육과 근면, 희생을 통해 미래를 일궈낼 수 있다는 확신과 자식들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다주고자 하는 열망에 기초한 가족애라는 공통된 가치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후 주석도 “대화와 소통을 통해 전략적인 상호 신뢰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며 이에 화답했다.

이날 만찬에는 무려 225명이 초대된 탓에 식사는 주빈들이 위치한 스테이트 다이닝룸을 중심으로 블루룸, 레드룸 등 3개의 방에서 진행됐다. 스테이트 다이닝룸의 정면에는 미국 정신의 상징인 에이브라함 링컨의 초상화가 걸렸고 식장 한쪽에는 미국 개척정신의 상징인 독수리상도 놓였다.


참석자들은 미국과 중국의 공통된 가치를 상징하는 이들로 채워졌다. 오바마 행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스티븐 추 에너지 장관(노벨물리학상 수상자)과 게리 로크 상무장관 등 중국계 고위직 인사들과 정치인, 청룽(성룡·영화배우), 미셸 콴(피겨스케이터), 요요 마(첼리스트) 등이 참석했다.

기업인으로는 스티브 발머(마이크로소프트), 로이드 블랭크 페인(골드먼삭스) 제이미 다이먼(J.P 모건체이스) 등 미국 유명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 등이 대거 참여했다. 중국 쪽에서 껄끄러워할 만한 인권활동가들도 여럿 초대됐다. 미국의 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왓치’의 케네스 로스 사무총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초대됐다는 사실은 미 정부가 후진타오 주석에 대한 무언의 의사표시일 것”이라고 말했다. 만찬 뒤에는 그래미상을 두 번이나 차지한 재즈 싱어 크리스 보티와 허비 핸콕 등의 재즈 공연이 이어졌다.

이에 앞선 오전 9시 백악관 남쪽 뜰에는 후 주석을 맞는 미 정부의 공식 환영행사가 열렸다. 후 주석은 리무진에서 내려 팡파르 속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단상에 올랐다. 그를 맞이하는 21발의 예포가 울렸다. 이 자리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둘째딸 샤샤도 참석해 오성홍기를 흔들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중국 지도부가 뜨면 큰 장이 선다?’

미 기업과 구매계약 체결
위안화 절상 대체 측면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에 맞춰 450억달러(50조4000억원) 규모의 구매 계약이 체결되면서 중국의 통 큰 외교에 눈길이 가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19일(현지시각) 중국 기업들이 후 주석의 방미를 맞아 대규모 구매 계약을 미국 기업들과 맺었다고 발표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번 70여건의 구매 계약이 미국 일자리 23만5000개를 유지시키는 수준이라고 백악관 쪽이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이 중 보잉이 비행기 200대를 190억달러에 팔기로 한 게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평화적 부상은 세계에도 좋고 미국에도 좋은 것”이라며 성과를 내세웠다. 중국산 제품 수입 증가가 미국의 일자리를 앗아간다는 여론의 불만을 잘 아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번 회담의 가장 가시적인 열매인 셈이다. 미국 정·재계의 요구인 위안화 절상은 이끌어내지 못한 대신 거액의 수출 계약을 얻어낸 측면도 있다.

후 주석과 함께 방미한 중국 기업인 500여명은 대규모 합작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전력투자는 미국의 세계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알코아와 75억달러 규모의 알루미늄·에너지 분야 합작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기업인들을 ‘바이 아메리카 사절단’으로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계약이 정상회담에 맞춰 발표된 사례들도 있지만, 중국 쪽의 ‘구매 외교’가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라는 점에는 이견이 붙지 않는다. 중국은 이런 식의 행보를 최근 부쩍 자주 보여주고 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달 인도를 방문해서는 160억달러 규모의 경제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곧이어 파키스탄에서는 300억달러 규모의 협정을 맺었다. 재정 위기에 빠진 유럽에서는 그리스·포르투갈·스페인의 국채 매입으로 인심 얻기에 나서고 있다. 리커창 부총리는 이달 초 기업인들을 이끌고 스페인·영국·독일을 방문해 200억달러 이상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세일즈 외교’를 넘어 ‘금력 외교’ 양상을 띤 중국 지도부의 행보는 일차적으로 중국의 국부가 뒷받침되기에 가능하다. 또 중국 경제의 핵심이 국영기업들이기 때문에 국가가 이를 활용하기 쉬운 점도 배경에 있다. 미국에서 구매와 경제협력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중국이 ‘구매 외교’를 중요한 정치·외교적 지렛대로 사용하는 점을 증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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