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 활동 범위
홍콩 언론 “감시 피해 말라카 해협 진출 움직임”
한·일 원유수송선 등 연 9만여척 해상 안전 위협
한·일 원유수송선 등 연 9만여척 해상 안전 위협
악명 높은 소말리아 해적들이 말라카 해역까지 활동범위를 넓힐 수 있을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8일 활동범위를 급격히 넓혀가고 있는 소말리아 해적이 말라카 해협까지 진출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싱가포르에 있는 ‘아시아에서의 해적행위 및 선박에 대한 무장강도행위 퇴치에 관한 지역협력협정’에 의한 정보공유센터(ISC) 니콜라스 테오 소장은 “최근 소말리아 해적이 근해인 아덴만을 넘어 인도 해안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며 “우리는 그들이 말라카해협까지 활동범위를 넓힐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근거로 최근 소말리아 해적들이 인도 해역에서 10번의 직접 공격, 또는 공격 기도가 있었다는 보고를 지적했다.
최근 들어 소말리아 해적들은 앞마당인 아덴만을 벗어나 아라비아해 건너편인 인도 해역 300해리 밖까지 제집 드나들듯 출몰하고 있다. 심지어 소형 보트를 타고 인도의 동쪽 해안인 스리랑카 100해리 부근까지 출몰했다는 스리랑카 정부의 보고가 나오기도 했다. 스리랑카를 너머 벵골만을 지나면 말레이시아 반도를 따라 말라카 해협과 만나게 된다. 이 해협은 길이는 805㎞에 달하지만 폭이 매우 좁아 해적들의 공격에 취약한 편이다.
해적들의 활동 범위가 넓어진 것은 해적질로 노획한 대형 선박을 붙잡아 모선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아덴만 주변은 최근 한국과 말레이시아 해군의 군사행동에서 보듯 세계 25개국 해군으로 구성된 연합해군사령부(CMF)의 감시가 이어지고 있어 활동 제약이 큰 편이다.
말라카 해협이 위험해지면 한국, 일본 등 중동에서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알자지라>는 “말라카 해협은 세계에서 가장 번잡한 해상 교통로로 연간 이곳을 통과하는 배가 9만4천여척에 이른다”며 “일본으로 향하는 수입 원유의 80%가 이 해역을 지난다”고 보도했다. 이에 견줘 아덴만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오가는 상선들이 수에즈 운하를 통해 지중해에 접어들기 위해 이용하는 항로로 통과 교통량은 말래카 해협의 4분의 1에 못미치는 2만1천여척 정도다.
아덴만 연합해군사령부의 크리스 체임버 함장도 ‘말라카 해협으로까지 해적들이 세력권을 넓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최근 해적들의 행동반경 확장과 조직적인 모습에 놀라고 있다”며 “그들이 모선은 획득했지만 보급 문제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이후로 소말리아 해적에게 붙들려 있는 배는 34척, 선원은 750여명에 이른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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