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워싱턴 한국관련 인사 성향 분석 ‘넬슨 리포트’ 소동 정보 파는 넬슨 한국대사관 위해 보고서 작성
실수로 모든 회원 유포…강경파 부정적 묘사 미 워싱턴 외교가 정보지인 ‘넬슨 리포트’의 작성자 크리스 넬슨이 주미 한국대사관을 위해 워싱턴 한반도 관련인사들의 성향을 분석한 특별보고서를 만들었다가, 실수로 800명이 넘는 모든 가입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내는 바람에 그 내용이 공개돼 버렸다. 넬슨은 곧바로 취소 이메일을 내보냈지만 보고서 내용에 민감한 개인평가가 많이 담겨 있어, 워싱턴 정치권과 외교가의 화제가 되고 있다. 어떤 내용 담겼나? =22쪽의 보고서는 △국방부 △부통령실 △백악관과 국가안보회의 △의회 △싱크탱크 △언론 등 6개 분야의 한반도 관련인사들을 언급하면서 그들의 성향을 직설적으로 서술했다. 딕 체니 부통령에 대해선 “대북 협상을 포함해 한반도와 관련한 모든 결정은 그의 손에 달려 있다”면서 “그는 동조자 외엔 바깥 사람과 접촉하지 않고 독자적인 판단을 내린다”고 적었다. 국무부의 조셉 디트라니 대북 협상대사에 대해선 “‘한국에 반대하는 그룹’(딕 체니 그룹)의 전적인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는 그만큼 힘이 있다는 얘기이니 한국에 좋은 소식”이라고 적었다. 특히 언론 분야에서 북한 기사를 자주 쓰는 <뉴욕타임스> 데이비드 생어 기자와 <워싱턴타임스> 빌 거츠 기자를 평한 건 매우 직설적이다. 넬슨은 생어 기자에 대해 “지칠줄 모르고 명석하긴 하지만 주일 특파원 근무 때 기득권층에 잘보여 기사를 빼내는 걸로 유명했다”며 “한국 정책에 대해선 끊임없이 (한국에) 상처를 주고 자주 잘못된 기사를 생산해왔다”고 말했다. 넬슨은 “생어가 (반대 의견을) 빼버림으로써 부정직하다면, 빌 거츠는 동조함으로써 부정직하다”고 비교했다. 반면에 <워싱턴포스트>의 글렌 케슬러 기자는 “훨씬 지적으로 정직하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누가 작성 부탁했나? =‘주미 한국대사관을 위한 특별보고서-워싱턴의 한반도정책 담당자들’이란 제목의 이 문건은 지난 24일 가입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내졌다. 넬슨은 그 다음날 메일 전송이 실수로 이뤄졌음을 사과하는 메일을 다시 보냈다. 그는 “몇주 전 어느 한국인 친구가 부시 행정부의 협상전략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또 현재와 가까운 미래에 한반도 정책에서 누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느냐고 물었다”며 여기에 대한 대답으로 문건을 작성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의 해명이나 문건 제목으로 보면, 주미 한국대사관의 누군가가 넬슨에게 비공식적으로 작성을 부탁한 것으로 보인다.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대사관 차원에서 그런 부탁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넬슨 리포트’가 일종의 정보지이므로, 문건 내용이 공식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러나 이 문건에서 부정적으로 묘사된 인물들이 대개 딕 체니 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내 강경파들이라, 이들의 감정이 상했을 수는 있다. 특히 정보장사를 하는 넬슨은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사과 메일에서 “내 직업인생에서 최악의 실수를 저질렀다”고 자탄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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