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최대한 협조” 성명냈지만
주검이동땐 이스라엘 허가 필요
팔 주민들 관심사도 경제에 쏠려
주검이동땐 이스라엘 허가 필요
팔 주민들 관심사도 경제에 쏠려
지난 2004년 11월 숨진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이 강력한 방사능 물질에 의해 독살됐다는 유력한 주장이 제기(<한겨레> 5일치 15면)되면서, 그의 죽음의 원인을 밝힐 수 있는 결정적 단서인 ‘주검’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뤄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망은 일단 긍정적이다. 나빌 아부 르다이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변인은 4일 성명에서 “팔레스타인 당국은 아라파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진정한 원인을 조사하는 데 최대한 협조할 준비가 돼 있다”며 “어떠한 정치적, 종교적 이유로도 신뢰할만한 의료집단이 아라파트의 주검을 검사하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측근인 사이브 아라카트 팔레스타인 평화협상 수석대표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종교 당국과 아라파트 친척 등의 요청이 접수된 뒤 며칠 이내”에 조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라파트가 맹독성 방사능 물질인 플로늄-210 중독으로 사망했을 것이란 의혹을 처음 제기한 <알자지라>는 “주검에 대한 조사를 벌이려면 팔레스타인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고, 이를 (조사 기관에 맡기기 위해) 요르단강 서안지구 밖으로 가져 나오려면 이스라엘 당국의 허가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아라파트의 죽음의 배후로 지목돼 온 이스라엘이 중동 지역 전체를 들쑤셔 놓을 수 있는 부담스런 조사를 허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아라카트 수석대표는 “유엔의 지원을 받는 조사위원회에서 이번 사건을 다뤘으면 한다”는 아이디어를 밝히기도 했다.
이갈 팔모르 이스라엘 외교부 대변인은 4일 “거짓 증거에 기반해 음모론을 퍼뜨리는 것은 뉴스가 아닌 코미디 프로에나 어울리는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외신들은 이스라엘이 2000년 9월 시작된 팔레스타인들의 대규모 봉기(2차 인티파다)에 대한 책임을 아라파트에게 물었을 것이라는 아랍인들의 주장을 소개하며 이번 사건의 배후에 이스라엘이 있을 것이란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인물이 아라파트가 숨질 때 이스라엘의 총리였던 아리엘 샤론이다. 그는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매파 정치인으로 국방장관이었던 1982년에 레바논 침공을 결행했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팔레스타인 난민들에 대한 집단 학살 사건인 ‘사브라-사틸라 학살 사건’을 방조해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다. 2차 인티파다의 직접적인 원인도 그가 2000년 9월 예루살렘의 이슬람 성지인 아크샤 사원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진실과 그로 인해 불거질 혼란을 감당해야 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마음도 나뉘어 있다. 동예루살렘에 자리한 알쿠드 대학의 정치학자 자카리아 까끄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마음은 아라파트 시절 민족적 열망이 충족됐다는 생각에서 현실적인 생활모드로 돌아섰다”며 “경제위기로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이달 월급이 제대로 지급되는가 여부”라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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