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무슬림의 무지>
‘특정 집단에 적개심땐 삭제’ 조항
‘무슬림의 무지’에는 적용 안한 채
“표현의 자유 허용 범위” 주장하며
리비아·이집트 등 일부국가만 차단
사회적 책임 무시 비난에 진퇴양난
‘무슬림의 무지’에는 적용 안한 채
“표현의 자유 허용 범위” 주장하며
리비아·이집트 등 일부국가만 차단
사회적 책임 무시 비난에 진퇴양난
지난주 이슬람권에서 격렬한 반미시위를 불러일으킨 동영상 <무슬림의 무지>가 구글을 곤혹스런 상황에 빠뜨리고 있다. 유튜브에서 이 동영상을 삭제해달라는 미국 정부의 요청을 구글이 거부하면서, ‘표현의 자유’와 인터넷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해묵은 난제가 다시 한번 표면화됐다.
구글은 지난 14일 밤 성명을 통해 이번에 문제가 된 동영상이 유튜브에 그대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우리는 그동안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한 사회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의견이 다른 사회에서는 매우 모욕적인 언사가 될 수 있는 상황은 매우 커다란 도전이지만, 우리는 이 동영상이 우리의 가이드라인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규모 반미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리비아와 이집트에서는 “매우 민감한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는 동영상이 두 나라의 “국내법을 위반했다”는 해당국 정부의 요청에 의해 접속을 차단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해당국의 특수한 사정을 반영한 일종의 절충안을 내놓은 셈이다.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이들은 일단 구글의 결정을 환영했다. 조너선 지트레인 하버드 법학대학원 교수는 “구글은 표현의 자유를 오랫동안 고민해온 회사”라며 “그들은 동영상을 내리라는 요구에 따르는 게 장기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해) 사회에 더 해로운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구글은 2006년 유튜브 인수 뒤 검열 논란을 피하기 위해 동영상을 삭제하는 것을 꺼리고 있고, 2년 전부터는 6개월마다 각국에서 접수된 삭제 요구를 공개하는 ‘투명성 보고서’를 발표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이 한 기업의 편견이 개입된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비판도 가능하다. 구글은 지난해 각국 정부로부터 2만311개 콘텐츠를 삭제해달라는 1965개의 요구를 받아 이 중 상당수를 삭제했다. 삭제의 기준은 구글이 누리집에 공개하는 가이드라인인데, 이를 보면 ‘특정 집단에 대한 적개심이 표현된 콘텐츠’는 삭제의 대상이 된다. 즉, <무슬림의 무지>는 특정 그룹에 대한 적개심을 표현한 게 아니라는 구글의 판단이 녹아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미국 월간지 <애틀랜틱>은 “투명성 보고서에는 정작 구글이 특정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에 대한 투명성이 결여돼 있다”고 비판했다.
물론 구글이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어도 적잖은 비판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뉴욕 타임스>는 구글이 지난 13일 이집트와 리비아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자 특정 기업이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반대 결정을 내린 지난 14일에는 정반대 비판이 줄을 이었다. 국경을 넘나드는 온라인 시대에 소셜미디어 회사가 맞닥뜨리고 있는 진퇴양난의 현실이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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