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대선서 54% 득표
“더 적극적으로 사회주의 완성”
카프릴레스와 9%p 차이 불과
총선 의석축소·정책변화 예상
중남미선 환영…미국은 실망
“더 적극적으로 사회주의 완성”
카프릴레스와 9%p 차이 불과
총선 의석축소·정책변화 예상
중남미선 환영…미국은 실망
중남미 반미·좌파의 구심점인 우고 차베스(58)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4선에 성공했다. 1998년 12월 첫 집권에 성공한 그는 2019년까지 총 20년간 ‘차베스식 사회주의’를 이어가게 됐다. 그러나 절반 가까이 되는 국민이 차베스의 실험에 등을 돌린 것이 수치로 확인되면서 이번 선거가 이전 임기와 근본적으로 다른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7일 90% 개표 결과, 54%를 득표한 차베스 대통령이 45%를 얻은 야권 통합후보 엔리케 카프릴레스(40)를 누르고 당선을 확정지었다고 발표했다. 투표 시작 전날부터 유권자들이 투표소 앞에서 장사진을 칠 정도로 열기가 높았던 탓에 득표율 격차가 미미할 경우 두 대선후보 진영 간에 물리적 충돌이 우려됐다. 그러나 예상 밖의 낙승에 카프릴레스 쪽도 즉각 패배를 인정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승리 확정 직후 대통령궁 발코니에 나와 “비바(만세) 베네수엘라, 비바 볼리바르(남미 혁명 영웅)”를 외치며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카프릴레스도 기자회견을 열어 “이기기 위해서는 지는 법도 알아야 한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에게는 새로운 길을 원하는 600만명의 국민들이 있다”며 지지자들의 관심을 12월 주지사 선거에 대한 희망으로 돌리려 애썼다.
이번 선거 결과는 “남은 6년간 지난 실패를 바로잡고 더욱 적극적으로 사회주의를 완성하겠다”는 차베스의 공약이 유권자들에게 통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빈민층에게 여전한 그의 인기도 도움이 됐다. 은행 청소원인 마리아 세베리네(59)는 월세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곧 차베스 정부로부터 새집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뉴욕 타임스>에 “나는 내 대통령을 좋아한다. 그가 바로 혁명이고 변화다”라고 말했다. 선거를 앞두고 공공주택, 사회보장 프로그램에 예산을 쏟아부어 경제를 진작시킨 것이 선거에는 도움이 됐으나, 대선 이후 인플레이션 악화라는 부메랑을 맞을 것으로 예측된다.
2006년 75%였던 투표율이 81%로 올라간 반면, 27%포인트였던 야당 후보와의 득표율 격차가 9%포인트로 급감한 것은 남은 임기 동안 차베스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하락은 차기 총선에서 여당 의석수 축소와 정부 정책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집권 이후 세계 최고 수준의 범죄율과 도로·운송·전기 등 사회기반시설의 붕괴,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었다. 장기집권으로 인한 부패와 관료주의도 사회문제가 됐으며 주요 산업 국유화로 인한 비효율성도 도마에 올랐다. 엘리트 기득권층을 축출하고 석유 수출로 생긴 막대한 국부를 빈민층에 재분배하는 등 인기가 높았던 정책들도 이런 실정에 빛이 바랬다.
다만 중남미 국가들은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 대안’(ALBA)을 이끌어 온 차베스의 승리에 안도했다.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트위터에 “당신의 승리는 우리의 승리! 그리고 남미와 캐리비언의 승리!”라며 환영했다.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과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 등 1~2년 안에 재선을 앞둔 남미 지도자들에게도 청신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카프릴레스의 승리 이후 쿠바 등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했던 미국은 실망의 빛이 역력하다. <로이터> 통신은 “월스트리트는 베네수엘라 국채 가격을 낮춰 차베스의 승리를 깎아내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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