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포함한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방위력 강화 구상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미-일 두 나라는 16년 만에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도 내년 말까지 개정하기로 합의했다.
미국과 일본은 3일 도쿄에서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인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2+2)를 연 뒤 이런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두 나라는 성명에서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관한 사항을 포함한 자국의 안전보장에 관한 법적 기반의 재검토, 방위예산의 증액, 방위계획대강의 개정 등 자국의 주권 아래 있는 영역을 방어하는 능력의 강화 등 노력을 하고 있다”며 “미국은 이같은 노력을 환영하며, 일본과 밀접히 연대해 나간다는 것을 다시 한번 표명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해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지만, 이를 공동선언문 형태로 공식화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두 나라는 이와 함께 1997년 9월 한차례 개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2014년까지 개정하기로 합의했다. 미-일 군사협력의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담은 가이드라인은 1978년 제정된 뒤 냉전 해체 등 국제 안보환경의 변화를 반영해 1997년 9월 한차례 개정된 바 있다. <엔에이치케이>(NHK) 등 일본 언론들은 “개정될 가이드라인에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일 양국은 이번 합의의 배경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그리고 중국의 부상이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회의가 끝난 뒤 연 기자회견에서 현재 두 나라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힘에 의해 해양 질서를 변경시키려는 시도와 사이버, 우주 공간을 통한 파괴 활동 등 여러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것을 뼈대로 한 헌법 해석 변경에 대해 “미국은 일본의 안전보장 분야에서의 여러 노력에 대해 환영하고 밀접히 연대해 나갈 것”이라며, 이 문제가 사실상 미국의 협력 아래 이뤄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이번 회담은 미-일 관계의 강력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한 뒤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미-일 정부가 평시와 유사시 떠맡게 되는 역할에 대한 책임을 정하게 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는 미국 쪽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과 헤이글 국방장관, 일본 쪽에서 기시다 외무상과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이 참석했다. 2+2 회의가 미국이 아닌 일본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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