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북한 당국이 라오스에서 붙잡은 탈북 청소년 9명을 서둘러 북송한 배경에는 평양의 치안을 책임지는 인민보안국장의 딸이 중국-라오스 루트로 탈북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도쿄신문>은 24일 탈북자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의 말을 따서, 평양시 인민보안국장의 딸이 지난 5월 중국-라오스 루트로 탈북하자 북한 국가안전보위국 요원이 이 여성을 잡으려고 라오스 현지에 급파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요원들은 라오스 당국에 이 여성의 단속을 요청했지만 결국 붙잡지 못해, 단속에 걸린 다른 탈북 청소년 9명을 황급히 북송했다는 것이다. 북송된 청소년들은 이 여성을 놓친 책임을 피하려는 ‘꿩 대신 닭’이었던 셈이다.
이 소식통은 “이 여성은 10대 후반의 오빠와 함께 중국 북동부 지역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북한 당국이 4월 해외에 유학 중인 고위층 간부들의 자녀를 한명만 남기고 귀국시키라고 지시하자 귀국을 거부하고 탈북을 결심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 증언이 사실인지는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당시 북한 당국이 이례적인 움직임을 보인 점, 평양 인민보안국장의 딸과 비슷한 나이인 청소년들에 대한 단속이 이뤄진 점, 북송된 청소년들 가운데 특이한 출신 성분을 가진 이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점들을 고려할 때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얘기로 들린다. 당시 이 사건이 발생하자 일부 국내 언론은 “북송된 이들 중에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아들이 있다”고 보도했지만, 일본 정부는 이를 정식으로 부인했다.
한편, <도쿄신문>은 지난 여름 김정은 제1비서와 친분 관계가 있는 은하수관현악단 소속 20대 여성 피아니스트의 작은 아버지도 탈북을 시도하다 조(북)-중 국경 부근 도시 무산에서 체포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김 제1비서가 애초 이 여성과 결혼을 희망했지만,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 여성이 ‘재일 귀국자’의 3세라는 점을 들어 반대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제1비서의 모친인 고영희도 재일 귀국자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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