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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일본보다 미국이 더 민감…동아시아 긴장 증폭

등록 2013-11-24 20:49수정 2013-12-03 19:18

중국 방공식별구역 선포
미-중 ‘핵심적 이익’ 첫 충돌 양상
주일미군 등 이 지역내 훈련때
중국 당국에 사전보고해야 돼
케리, 이례적 “중국 자제” 촉구

센카쿠열도 다시 ‘갈등 중심에’
중-일 사이 신경전 높아지면
미국의 ‘일본 활용론’ 노골화
일 평화헌법 개정 힘받을수도
중, 남중국해 등 확대 가능성

“미국은 중국이 동중국해에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에 대해 심히 우려한다. 이는 동중국해의 현상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행위로 지역의 긴장을 높이고 충돌 위험을 높일 뿐이다.”(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23일 중국 국방부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포괄하는 동중국해 지역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문제와 관련해 기민하게 반응한 것은 일본보다 오히려 미국이었다. 중국의 성명이 나온 직후 미국은 존 케리 국무장관, 척 헤이글 국방장관,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의 성명을 즉각 내놓고 중국 정부의 이번 조처를 강하게 비난했다. 특히 케리 장관은 성명의 마지막 부분에 “중국의 주의와 자제를 촉구한다”는 구절까지 넣었고, 헤이글 장관은 “센카쿠열도가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이라는 내용을 재차 언급했다. 미국이 중국의 이번 조처를 말 그대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현상 질서를 변경하려는 행위’이자, 미국이 적극 대응해야 하는 주요한 지정학적 변수로 인식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중국 국방부의 23일치 자료를 보면, 미국이 그런 판단을 내린 것도 무리는 아니다. 중국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은 이어도를 포함하는 제주도의 남서쪽 해상에서부터 대만의 북쪽 해상까지 광범위한 범위를 포괄하고 있다. 이 구역을 비행하는 비행기는 “중국 외교부 또는 항공당국에 비행계획을 제출해야 하고, 중국 국방부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못박고 있고,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중국은 방어적 긴급조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 내용대로만 본다면, 이 지역에서 훈련이나 작전을 하는 주일미군이나 항공자위대가 미리 중국 당국에 보고를 해야 하는 셈이다. 2010년부터 중국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센카쿠열도 포함)를 자국의 ‘핵심적 이익’으로 선언한 것과 미국의 국익이 처음으로 ‘직접 충돌’을 일으킨 셈이다.

미·일 당국은 중국의 이번 조처에 따르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헤이글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중국 정부의 이번 조처가) 이 지역에서 미군의 훈련 방식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분명히 선언했고,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도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이 지역에 대한 경계감시를 강화하고 그동안 해왔던 자위대의 활동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방공식별구역은 한 나라가 국내법적인 조처로 일방적으로 설정한 구역이기 때문에 주변국들이 이를 따를 의무는 없다. 그러나 센카쿠열도를 중심으로 중·일 양국의 방공식별구역이 겹치게 되면서, 이미 극에 달해 있는 중국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 사이의 신경전이 더 치열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함선과 달리 전투기의 대치는 우발적인 충돌로 발전할 가능성이 더 크다.

공은 다시 중국으로 넘어갔다. 중국이 이 지역에서 주일미군과 항공자위대의 움직임에 강경하게 반응하면 할수록 중-일 관계뿐 아니라 미-중 관계까지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이 경우 일본을 활용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는 점점 더 노골화되고, 평화헌법을 개정해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가 되려는 일본 보수세력의 개헌 움직임은 더 힘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역시 핵심적 이익을 어떤 희생이 있어도 지켜야 하는 국익이라고 자리매김하고 있어, 이번 갈등은 오랜 탐색전을 끝낸 양대 강국(G-2)이 본격적인 갈등기로 접어드는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다.

또다른 우려는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남중국해까지 확장하는 경우다. 양위쥔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준비가 정리되면 다른 (지역의) 방공식별구역도 순차적으로 설정할 것”이라며 그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도쿄 워싱턴 베이징/길윤형 박현 성연철 특파원 charisma@hani.co.kr

방공식별구역
국제법상 인정된 영공이 아니고 한 국가가 일방적으로 선포하는 지역이지만, 영공 방위를 명분으로 군사적 조처를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방공식별구역에 들어온 비행물체를 식별해 위치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군사상의 위협을 평가해 대응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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