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등 농산물 관세철폐 여부와
자동차 안전·환경기준 등 대립
일 언론 “참가국들 내년초로 미뤄”
말레이시아 등 개도국-선진국은
지적재산권·국영기업 정책 이견
자동차 안전·환경기준 등 대립
일 언론 “참가국들 내년초로 미뤄”
말레이시아 등 개도국-선진국은
지적재산권·국영기업 정책 이견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하 티피피)이 결국 연내에 타결되지 못했다.
미국·일본 등 티피피 참가 12개국 각료들은 7~10일 싱가포르에서 ‘연내 타결’을 목표로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관세와 지식재산권 등 중요 분야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들은 10일 각료회의 직후 공동성명을 내어 “이번 회의에서 교섭 타결을 위한 커다란 진전이 있었다. 남은 문제들은 유연한 태도로 협상에 임할 것이다. 앞으로 몇주 동안 집중적으로 협의해 다음달 다시 각료회의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티피피를 주도해온 미국은 그동안 여러 차례 연내 타결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에 앞서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대표(내각부 부장관)는 9일 현지에서 일본 기자들과 만나 “마이클 프로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여러 얘기를 주고받았지만 간격이 좁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일은 현재 농산물 관세 철폐와 자동차 분야에서 대립하고 있다. 일본은 쌀을 비롯한 주요 ‘5개 농산물’의 관세 철폐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버티는데, 미국은 10년 정도 유예기간을 두더라도 원칙적으로 모든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는 쪽이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일본이 엄격한 안전과 환경 기준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은 이번 협상에 강한 반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는 포드 등 자동차 업계와 의회를 달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 일본의 양보를 얻어낸다면 농산물 관세 부분은 조금 양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지난달 말 티피피 참여 의향을 밝힌 한국은 일본이 농산물 분야에서 미국의 맹공을 최대한 버틸수록 좋다.
또다른 갈등의 축은 미·일 등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지식재산권’과 ‘경쟁정책’ 분야다. 말레이시아 등은 신약 특허 등의 기준이 강화되면 “값싼 카피약을 만들 수 없어 의료비가 폭등할 수 있다”며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미국은 국영기업 우대 철폐를 강하게 요구하는데, 국영기업의 비중이 높은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등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꺾지 않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자국의 의견이 수용되지 않으면 협상에서 아예 빠질 수도 있다는 태도여서 미국 일각에선 말레이시아 탈퇴 용인론까지 나오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이런 사정 탓에 미국 등은 전체 판을 깨지 않도록 선진국들이 먼저 협정을 비준·발효하고, 제도 개혁에 시간이 걸리는 나라들엔 시간적 여유를 주는 ‘2단계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국내총생산(GDP) 합계를 기준으로 세계 경제의 38%를 차지하게 되는 티피피라는 거대 자유무역권의 탄생은 내년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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