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에티오피아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독립국가다. 1930년대 이탈리아가 지배했던 8년을 제외하곤 줄곧 독립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에리트리아·소말리아 등 이웃국가들과의 분쟁, 쿠데타, 종족분쟁, 내란, 기근과 가뭄, 사막화, 식량부족 등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왕정국가였던 에티오피아는 1974년 마르크스주의를 표방하는 타파리 벤티 장군의 쿠데타로 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3년 뒤 다시 무력으로 권력을 잡은 소장파 군인 멩기스투 하일레 마리암 대령은 수천명의 정적을 살해하고 집단농장, 산업 국유화 등 급진적 정책을 실시했다.
그 와중에 북부 티그레이에선 독립을 주장하는 봉기가 일어났고, 1977년엔 에티오피아 내 소말리족 거주 지역을 병합하길 원했던 소말리아가 동쪽 국경을 넘어왔다.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는 1988년에야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1973년, 1984년엔 참혹한 대기근이 발생해 수백만명이 숨졌다.
1991년 멜레스 제나위가 이끄는 에티오피아인민혁명전선(EPRDF)이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점령하면서 멩기스투 대통령은 망명길에 올랐다. 이후 에티오피아는 1993년 분리독립한 에리트리아와 지루한 분쟁에 돌입했다. 1998년 국경선을 놓고 무력충돌한 두 나라는 2000년 유엔의 중재로 정전협정을 맺었으나 분쟁의 잔불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2011년에도 에리트리아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반군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분리독립을 원하는 종족들의 봉기도 벌어졌다. 2004년엔 서부의 고립된 지역인 감벨라의 종족들이 자치를 요구하며 들고 일어나 200여명이 숨지고 수만여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소말리주의 오가덴 지역을 거점으로 독립을 주장하며 싸우는‘오가덴민족해방전선(ONLF)’은 2009년 정부군과 격전을 벌이며 동부 일부를 점령하기도 했다.
이유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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