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신문·도쿄신문 보도
“25~27일 하노이에서 만나
납치 문제 주요 의제로 등장”
국면 전환 이해 맞아떨어진 듯
“25~27일 하노이에서 만나
납치 문제 주요 의제로 등장”
국면 전환 이해 맞아떨어진 듯
외교적 고립을 돌파하려는 북한과 일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일까. 북·일 양국의 국장급 당국자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비밀리에 접촉한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은 28일 북-일 문제 관련 소식통의 말을 따서 이하라 준이치 아시아대양주 국장 등 3명이 25~27일 사이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 정부 관계자와 만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하라 국장은 6자회담 일본 쪽 수석대표이기도 하다.
<도쿄신문>은 1면에 “25~26일 일-조(북한) 간에 극비 협의가 열렸다”고 단정했고, <아사히신문>은 4면에 “26~27일 일-조 사이에 정부 간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부상하고 있다”고 조심스런 표현을 사용했다. 협의에 나선 북한 당국자로 <아사히신문>이 2012년 8월 북-일 과장급 협의에 참석한 유성일 외무성 과장을 거론했으나, <도쿄신문>에선 “송일호 조-일 국교정상화교섭 담당 대사가 참가한 고위급 대화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접촉 시점과 북쪽 참석자를 두고 혼선이 있지만, 일본 당국자와 일시·장소가 특정된 점에 비춰 극비 접촉 자체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을 중요 국정 과제로 내세우며, 북한과 대화 재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여건이 무르익으면 자신이 방북할 수도 있음을 내비쳐왔다. 실제 지난해 5월 자신의 측근인 이지마 이사오 내각 관방참여(자문역)를 북쪽에 보내, 북쪽 고위 인사들과 협의에 나서도록 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의 주요 지지세력인 납치 피해자 가족은 피해자의 부모 세대가 하나둘씩 죽어가고 있다며 북한과 협의 재개를 압박해왔다.
이번 접촉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북·일 양국은 2012년 11월 몽골에서 국장급 협의를 연 지 1년 2개월 만에 당국간 협의를 재개한 셈이다.(이지마는 당국자가 아니다) 당시 북·일은 한달 뒤 베이징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지만, 북한이 그해 12월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쏘아 올려 대화가 중단됐다.
이번 접촉설의 배경을 두고 북·일 양국 모두가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는 데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정권이 외교적 고립 상황을 돌파하려고 북한과 관계 개선을 통한 국면 전환을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일본은 지난달 26일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후 한국·중국과 관계가 당분간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악화돼 있고, 미국과 관계도 원만치 못하다. 북한도 지난해 2월 3차 핵실험 이후 대화 쪽으로 방향을 튼 지 오래지만, 미국·한국 등은 핵 포기와 관련한 믿을 만한 선행 조처를 내놓으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북한 쪽은 이번 만남에서 장성택 처형 이후에도 대일 관계 개선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메시지를 밝혔으리라 추정된다.
과거 북-일 접촉에서 일본 쪽은 요코다 메구미 등 북쪽이 ‘사망했다’고 밝힌 납치 피해자들에 대한 재조사, 북쪽에선 북-일 국교정상화를 위한 배상금 지급 등 과거 청산을 제기해왔다.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난제다. 더구나 북쪽의 비핵화 선제 조처를 압박하고 있는 미국이 아베 총리의 대북 접근을 측면 지원하거나 수수방관할 가능성도 낮다.
일본 정부는 일단 이번 보도를 부인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일간 회담에 대해 “그런 사실은 없다”면서도 “납치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총리의 굳은 결의 아래 모든 가능성을 모색하며 전력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무성 간부의 하노이 방문 사실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며 여운을 뒀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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