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가디언 “서방선 이런 늑장대응에 지지율 유지 어려워”
독일 일간지도 “박 대통령 단어 선택은 도를 지나쳐”
독일 일간지도 “박 대통령 단어 선택은 도를 지나쳐”
박근혜 대통령이 침몰 사고가 발생한 세월호의 이준석 선장을 비롯해 승객들을 방치하고 먼저 탈출한 선원들에 대해 “살인과도 같은 행위”라고 비난한 발언을 두고 외신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각) 전 중국 특파원이었던 매리 주디제프스키가 쓴 ‘세월호 참사 끔찍하지만 살인은 아니다’는 칼럼을 실었다. 이 칼럼에서 주디제프스키는 “사고 6일째에야 박근혜 대통령은 일부 승무원들의 행동을 ‘살인과도 같은 행위’라고 비난하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며 “그러나 과실이나 공포로 인해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누군가를 살인자로 낙인찍는 게 정당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칼럼은 오히려 “서방 세계에선 그 어떤 국가 지도자도 이런 국가적 비극에 대해 이토록 뒤늦은 입장발표를 하고도 지지율이나 심지어 지위 자체를 유지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디제프스키는 “(대통령의) 발언은 적절한 시기를 놓쳤지만 과격함으로 부족함을 메웠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전 영국의 사례에서는) 사람을 비난하기보다는 과정을 비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누군가를 처벌하고 싶은 부모와 대중의 마음을 막긴 어렵겠지만, 동시에 책임과 고의적 의도에 대한 보편적 문제 역시 제기될 것이다…이 아이들 중 얼마나 많은 수가 살해되었는가?”라고 말하며 사고의 책임을 일부에게 돌리고 그들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분위기를 지적하기도 했다.
독일의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 역시 22일 ‘한국 여객선 사고, 살인이었나?’라는 기사를 통해 박 대통령의 ‘살인’ 발언이 정치적으로 부적절했다고 보도했다. <뉴스프로>가 번역한 내용을 참고하면, 이 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의 단어 선택은 분명히 도를 지나쳤다. 정치인은 법정으로 보내질 현안에 대해서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당국의 사고 대응에 대한 야당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 대통령이 ‘살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며 세월호 참사의 책임이 정부로 향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승무원들에게 공격적인 단어를 사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신문은 “재난 상황에서 분별력 있는 행동을 보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정치인에게 있어서 이것은 직무 의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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