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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 “독일 정치의 최대 강점은 ‘연합과 소통의 정치’”

등록 2014-05-28 16:07수정 2014-05-30 10:49

김두관 전 경남지사
김두관 전 경남지사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기획 ‘한국 사회 좌표, 독일서 찾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 독일기획(‘한국 사회 좌표, 독일서 찾다’)의 두번째 인터뷰 인물은 김두관 전 경남지사다. 그는 지난 3월말부터 1년간 독일 현지에서 베를린자유대학의 방문연구원 신분으로 이른바 ‘독일모델’을 공부하고 체험한 뒤, 최근 귀국했다. 이유진 사회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이 귀국 직전의 그를 만나 정치인으로서 독일 사회를 보고 느낀 점을 들어봤다.

 

“뭐 타고 다녔냐고요? 벤츠 타고 다녔어요. 너무 편하고 좋더라구요.”

지난해 3월 독일 베를린에 자리잡은 김두관 전 경남지사의 주요 교통수단은 바로 ‘벤츠’ 저상버스였다. 독일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라고 한다. 단순히 계단만 없앤 것이 아니다. 출입문 쪽 차편이 기울고, 정류장과 인도 사이에 조그만 틈이라도 있으면 버스기사가 당장 내린다. 문에 부착된 발판을 내려 휠체어는 물론 2인용 유모차까지 유유히 제 갈 길을 간다. 베를린의 저상버스는 필요한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버스와 이를 운용하는 버스기사의 곧은 행동양식이 어우러져 ‘모두’를 위한 교통수단으로서 기능하고 있었다.

 

“어르신, 장애인, 남녀노소 누구나 버스를 타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 걸 보고 이게 진짜 사람 중심의 행정이고 복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독일이 한국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모델로 떠오르면서 ‘독일 배우기 열풍’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 전 지사도 그 흐름에 동참한 많은 정치인 중 한 명이지만, 그와 독일은 좀더 각별하다. 그의 형은 파독 광부로 독일 광산에서 청춘을 바쳤다. 남해군수 시절에는 파독 광부, 간호사들이 노후를 편히 보낼 수 있도록 독일 마을을 세웠다. 처음엔 ‘또 정치인 한명 와서 자기 자랑 하나 보다’ 하고 눈을 흘기던 독일 교민들도 그와 독일의 인연을 알고 나서는 바로 ‘무장해제’하고 그를 반겨줬다고 한다. 몇 번이나 인터뷰 요청을 고사했던 김 전 지사는 귀국일이 다가와서야 겨우 시간을 냈다. 한국의 정치에 대해선 말을 아끼던 그가 가장 먼저 꺼낸 이야기는 ‘세 모녀 자살사건’이었다.

“독일에서 어린이와 청년, 노인 모두가 그들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복지와 사회안전망이 촘촘하게 잘돼 있다는 이야기겠지요. 사정이 어려운 대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주고, 일자리를 잃어도 재기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실업수당 제도가 탄탄합니다. 독일에서 그런 일은 상상하기가 힘들죠. 지금 머물고 있는 독일의 모습과 겹쳐지니까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학자형보다는 현장 중심의 활동이 몸에 배어 김 전 지사는 독일 곳곳, 유럽 곳곳을 정신없이 다녔다. 독일 밤베르크의 호프만 김나지움(중등교육기관)에서 수업 참관을 했을 때는 그저 부러움이 앞섰다고 한다. 이미 많이 들었던 ‘토론문화’였지만 교실에 앉아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느낌이 남달랐다. “선생님과 학생들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문화, 정말 좋았습니다. 칠판만 보고 앉아서 일방적으로 듣고, 외우는 것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죠.” 김 전 지사는 독일의 정치, 교육, 경제 현장 이외에도 한국 교민들과 적극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교민들의 집에 초대받아 사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독일 사회에 대해서 더 많이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 이야기로 돌아갔다. 독일 정치 이야기를 시작하자 그의 목소리에 좀더 힘이 묻어났다. 김 전 지사가 경험한 독일 정치는 시끌벅적대지는 않지만 민의를 정확히 반영하는 ‘소통’정치의 보고였다. 김 전 지사가 첫째로 꼽은 독일 정치의 강점은 ‘연합과 소통의 정치’다.

“지난해 9월 총선 때 우파 진영인 기민-기사당 연합과, 좌파 진영 사민당이 대연정을 꾸렸습니다. 단순 비교는 힘들지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연합해 정부를 꾸린 셈입니다. 유럽연합(EU)의 중심국가로서 제1당과 2당이 연합해서 독일의 경제를 부흥시키고, 통합을 잘하라는 국민적 열망이 반영된 것이라 생각해요.” 김 전 지사는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단 한번도 연정을 하지 않은 적이 없다”며 “연합정치는 정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연합과 소통의 정치가 낳은 ‘황금알’이 있는데, 바로 정책승계 문화다. “브란트 총리가 처음 시작한 ‘동방정책’은 이후 정권을 잡은 콜 총리가 이 정책을 무시하거나 폐기하지 않고 승계하면서 독일 통일의 기반을 닦았습니다. 근래에는 슈뢰더 총리가 실시한 근로연계 복지개혁인 ‘하르츠 개혁’을 메르켈 총리가 집권하면서 그대로 승계했어요. 여야가 바뀌어도 중요한 정책은 인정하고 지켜가는 것, 우리가 눈여겨보고 배워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꼭 언급하는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유권자들의 의사를 가장 잘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평가에 비해 한국에서의 논의는 아직까지 지지부진하다. “사실 모든 정치인들이 한국의 선진 정치를 위해 이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 정당이 하지 않고 있죠. 기존 방식대로만 해도 기본적인 의석은 가질 수 있으니까요.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민의를 가장 잘 반영하는 국회를 꾸리기 위해서 꼭 필요합니다. 양 정당이 기득권을 버리고 결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전 지사는 독일의 정치·사회 현장에서 ‘결국은 정치’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사회 각 분야에서 이미 훌륭한 정책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현실에 적용하는 건 정치라는 생각에서다. “우리나라에서 선진화된 여러 분야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치가 이를 입법화·제도화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김 전 지사는 독일에서 보고 듣고 배운 것들을 찬찬히 정리할 생각이다. “많이 부족했습니다. 제 마음은 그렇습니다. 제가 지금의 이런 경험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 오히려 국민들에게 얼마나 어려움을 줬을까. 독일 사회의 선진 정치와 따뜻한 자본주의를 보고 국민에게 좀더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여기 와서 더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글 이유진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 heyday1127@gmail.com, 사진 최동하 dongha.cho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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