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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서진 막힌 푸틴, 동진?

등록 2014-10-15 19:50수정 2014-10-15 22:57

일본에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제안
미국과 공조 일본, 수용할지 의문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의 제재로 고립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돌파구’ 찾기가 이어지고 있다. 무대는 양질의 천연가스가 생산되는 극동 지역, 상대는 세계 3위의 경제 대국 일본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5일 복수의 러-일 간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9월 러시아 당국이 극동의 사할린과 홋카이도를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을 일본 정부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지속되고 있는 서방의 경제제재를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돌파하려는 노림수로 해석된다. 신문은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회의 때 진행될 예정인 러-일 정상회담 때 이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 정부는 외교에 끼치는 영향 등을 주시해가며 방침을 결정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번 제안은 안 그래도 미묘한 러-일 관계에 복잡하고 심오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푸틴 대통령의 핵심적 안보 과제는 일본이 포함된 주요 7개국(G7)의 대러시아 경제제재를 뚫어내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위해 일본과 영토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북방영토(쿠릴열도 남단 4개 섬) 교섭 등을 미끼로 11월 러-일 정상회담 개최를 실현시킨 데 이어, 이번 제안을 통해 일본의 ‘대오 이탈’을 촉구하고 나섰다.

일본으로서도 이번 제안엔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2011년 3·11 후쿠시마 원전 참사 이후 일본 전체 원전이 가동을 멈춘 탓에 일본은 전력의 대부분을 석유·석탄·천연가스를 활용한 화력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다. 2010년 전력 생산 가운데 29.3%를 담당한 천연가스의 비중은 2012년 현재 42.5%로 늘었다. 그 여파로 국내 전기요금이 크게 올랐고, 3년 연속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할린 등으로 에너지 수입처를 다변화하면 일본은 현재 중동에만 의존할 때보다 30~40% 정도 싼 가격으로 천연가스를 수입할 수 있게 된다. 그 때문에 ‘일-러 천연가스관 추진 의원연맹’은 지난 2월 일본 정부에 사할린 남부~홋카이도~도호쿠 지방~이바라키현에 이르는 1350㎞ 구간에 러-일 가스관을 건설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 제재에 대한 국제 공조를 유지하려는 미국이 강한 제동을 걸고 나설 것으로 보여, 일본이 당장 이 제안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이번 제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우크라이나 문제나 북방영토 교섭 등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일의 움직임은 한국에도 적잖은 고민을 던지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는 2008년 9월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2015년부터 북한을 관통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연간 750만t의 러시아 천연가스를 들여오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남북관계의 경색 등으로 이 사업은 4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이 와중에 유리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는 지난 4월 북한을 방문해 러시아와 한국을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한반도 종단철도 건설 등의 내용을 뼈대로 한 남·북·러시아 3국 경제 협력안을 제안한 바 있다. 남·북·러 3국간 경제협력은 남북관계 개선에 달려 있는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통한 ‘동진 정책’에도 계속 공을 들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4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중국 총리를 맞아 면담하면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 내년까지 양국간 교역을 1000억달러로 늘리기로 한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러시아와 중국 간 교역량은 900억달러였다. 푸틴 대통령은 세계 경기의 후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양국 간 교역 증가율은 1.6%, 올 상반기 증가율도 4.5%를 기록했다며 이렇게 전망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중) 양국은 타고난 파트너이자 동맹”이라고 강조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전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의 회담에서 러시아 시베리아·극동 지역의 가스를 중국 동북 지역으로 수출하기 위한 가스 공급 사업에 관한 정부간 협정과 양국 중앙은행간 통화 스와프 협정 등을 비롯해 38건의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러시아가 서방과의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리커창 총리의 모스크바 방문은 중국과 러시아의 우호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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