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익의 정서를 대변하는 <산케이신문>의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는 8월께 내놓을 ‘아베 담화’에 주변국들에 대한 사죄의 뜻을 전하는 게 좋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산케이신문>은 23일 후지뉴스네트워크(FNN)와 지난 21~22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가 패전 70주년을 맞아 내놓는 아베 담화에 무라야마 담화(1995년)의 핵심 표현인 ‘침략, 반성, 사죄’ 등의 표현을 쓰는 게 좋냐는 질문에 “써야 한다”가 51.6%를 기록했고, “그럴 필요 없다”가 36.6%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아베 정권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선 지지한다는 응답이 52.5%로, 지지하지 않는다(34.4%)를 크게 앞섰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그동안 진행된 다른 언론의 조사 결과와 거의 엇비슷하다. <아사히신문>의 지난 14∼15일 여론조사에선 아베 담화에 ‘식민지배와 침략’, ‘통절한 반성’,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단어를 넣어야 한다는 답변이 52%,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의 지난 6∼8일 조사에서도 ‘담화에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통절한 반성을 담아야 한다’는 답변이 32%로, 부정적인 반응(19%)보다 많았다. <요미우리신문>의 지난 6∼7일 조사에서도 찬성이 44%로 반대(34%)를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아베 담화에 대해선 아베 총리 본인이 지난달 25일 <엔에이치케이> 방송의 아침 토론 프로그램인 ‘일요토론’에 출연해, 일본 정부가 패전 70년을 맞아 발표할 예정인 아베 담화에 무라야마 담화와 고이즈미 담화(2005년) 때처럼 ‘식민지배와 침략’ ‘통절한 반성’ ‘마음으로부터의 사죄’ 등의 표현을 이어받아 쓸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그동안 써온 문구를 사용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아베 정권이 (패전) 70주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담화를 내고 싶다”며 이들 용어 사용에 부정적인 취지의 답변을 한 바 있다. 이후 일본 야당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잇따라 비판이 나오면서 정치권을 뒤흔드는 뜨거운 이슈로 커진 상태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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