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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죽음의 비행’ 루비츠, 18개월간 우울증 치료 받았다

등록 2015-03-27 23:55수정 2015-03-28 00:10

승객과 승무원 150명을 태운 독일 저먼윙스 여객기가 추락한 인근 지역인 프랑스 남부 르베르네의 작은 마을에서 26일 희생자들의 친인척들이 헌화와 추모행사를 하는 동안 구조대원들이 숨진 탑승객들의 국기를 펼쳐들고 있다. 르베르네/AFP 연합뉴스
승객과 승무원 150명을 태운 독일 저먼윙스 여객기가 추락한 인근 지역인 프랑스 남부 르베르네의 작은 마을에서 26일 희생자들의 친인척들이 헌화와 추모행사를 하는 동안 구조대원들이 숨진 탑승객들의 국기를 펼쳐들고 있다. 르베르네/AFP 연합뉴스
‘회사에 질병 숨겨’ 보도…한때 ‘비행 부적합’ 판정
집에서 사고 당일용 병가 진단서 찢긴 채 발견
이전까진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24일 오전 10시30분(현지시각) 기장이 조종간을 맡아 달라고 말한 뒤 밖으로 나갔다. 혼자 남은 부기장 안드레아스 루비츠(27)는 갑자기 여객기 고도를 3만8000피트(1만1582m)에서 100피트(30m)로 낮추려 자동조종장치를 재프로그래밍했다. 10시31분 비행기는 하강을 시작했다. 10시35분 비행기의 이상 하강을 알아챈 항공관제사가 애타게 조종사를 호출하고, 다시 조종실로 들어오려는 기장이 부서질 듯 문을 두드렸지만 루비츠는 대답하지 않았다. 수차례 다급한 경보가 울린 뒤 10시40분47초 비행기는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여객기는 시속 700㎞의 속도로 산악지대에 충돌했다.

<시엔엔>(CNN) 방송 등 외신들이 전하는 저먼윙스 4U9525편의 마지막 모습이다. 프랑스 검찰은 “조종실에 혼자 남은 부기장이 여객기의 하강 버튼을 눌렀다”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비행기를 고의로 파괴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사당국이 루비츠가 고의로 저지른 ‘죽음의 비행’으로 자신과 149명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의심하고 있는 가운데 그가 자신의 병을 숨긴 정황이 드러났다.

영국 <비비시> 방송과 <에이피> 통신 등 외신들은 루비츠가 회사 쪽에 질병을 숨긴 정황이 있다고 독일 뒤셀도르프 검찰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검찰은 루비츠의 뒤셀도르프 아파트를 압수수색한 결과 사고 당일을 위한 병가용 의료진단서가 찢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는 “그가 고용주와 동료들에게 자신의 질병을 숨겼을 것이라는 현재까지의 판단을 뒷받침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검찰은 루비츠의 병명을 밝히지 않았다.

영국 <가디언>은 독일 일간 <빌트>의 보도를 인용해, 루비츠가 2009년 비행학교에서 조종훈련을 받던 당시 18개월이나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 당시 루프트한자 비행학교는 이런 이유로 루비츠에게 한때 ‘비행 부적합’ 판정을 내렸고, 그는 졸업할 때까지 여러 분야에서 훈련을 반복해야 했다. 또 독일 연방항공청이 관리하는 그의 신상기록에는 정기적인 병원 검진이 필요하다는 ‘SIC’ 코드가 적혀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경찰이 루비츠가 개인생활의 위기를 맞고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루비츠는 7년 동안 사귄 자신의 여자친구와 불화를 겪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검찰은 26일 루비츠의 심리상태나 ‘죽음의 비행’을 할 만한 동기가 있었는지 파악하기 위해 그가 살던 뒤셀도르프의 아파트와 몬타바우어의 부모 집을 수색했다. 그러나 압수된 물품 중에서 유서나 정치·종교적 동기와 관련된 증거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루비츠가 “테러단체와 연관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루비츠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루프트한자 트레이닝센터에서 비행교습을 마치고 승무원으로 일하다, 2013년 9월부터 여객기 조종을 시작했다. 사고 당시까지 총 비행시간은 약 630시간으로 비행경력이 1년6개월밖에 안 된 신참 조종사다. 어린 시절엔 독일 서부의 소도시 몬타바우어에서 부모와 함께 살았다. 14살 때 몬타바우어에 있는 글라이딩 클럽에 가입해 글라이딩을 즐길 만큼 어려서부터 비행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루비츠의 지인이나 고용주들은 한결같이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 글라이딩 클럽의 동료 회원이었던 페터 뤼커는 <에이피> 통신에 “루비츠는 조용한 편이지만 다정한 젊은이였다”며 “저먼윙스에 취업한 뒤 무척 행복한 기운을 뿜어냈고, (일을) 잘해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저가항공사 저먼윙스가 소속된 루프트한자그룹의 카르스텐 슈포어 최고경영자는 루비츠가 집중적인 훈련을 받은 “100% 비행에 적합한” 조종사였다며 “모든 조종훈련 및 정신병력 검사도 통과했으며 문제를 일으킨 전과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루비츠가 6년 전 한때 훈련을 중단한 적이 있다고 밝혔지만 그 이유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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