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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올들어서만 최소 1500명 숨져…목숨 건 ‘지중해 난민’ 수난사

등록 2015-04-20 20:45수정 2015-04-20 21:25

리비아 난민 사고 유사이래 최악
유럽으로 가는 최단 거리 탓
리비아 출발·이탈리아 향해
EU 외교장관 대응책 긴급회의
난민을 가득 실은 배가 리비아 해안을 떠난 18일 자정께 이탈리아 해안경비대는 긴급 호출을 받았다. 배 위의 난민들은 포르투갈 상선이 접근하자 필사적으로 관심을 끌려 했다. 도움의 손길을 바란 난민들이 한쪽으로 몰리며 배는 뒤집혔다. 낡은 난민선은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애초 600~700명이 탔던 것으로 추정됐으나, 전복 사고에서 구조된 방글라데시인은 갑판 밑의 방에 300명 정도 갇혀 있는 등 950여명이 탄 것으로 보이고, 여성과 어린이들도 많았다고 구조당국에 말했다. 물 위에 떠다니는 주검은 극히 일부였다. 19일까지 28명이 구조되고 24구의 주검만 수습됐다. 구조당국은 대부분의 난민들이 배와 함께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고는 지중해에서 일어난 해난사고 가운데 가장 사망자가 많은 참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이제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지중해에서 죽음은 일상사가 되었다”고 전했다. 20일에도 그리스 남동부 에게해의 로도스섬 앞에서 난민선이 조난을 당해 최소 3명이 숨졌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 통계를 보면, 올해 들어 이번 사고 이전에 이미 900명의 난민이 침몰 사고로 숨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90명과 비교해 10배나 늘었다. 18일 참사의 사망자를 포함하면 올해만 벌써 1500~1600명이 숨진 셈이다. 이런 현상은 전쟁과 가난에 지쳐 유럽행 난민선에 몸을 싣는 중동과 아프리카인들이 증가하고, 유럽은 난민 구조보다는 경비에 초점을 두는 정책을 채택하며 난민들의 죽음을 경시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리아 내전이 4년 넘게 이어지면서 레바논 등지의 난민 캠프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러, 시리아 난민들은 리비아로 가 난민선에 몸을 싣는다. 2011년 민중 봉기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한 뒤 내전 상태에 빠져 있는 리비아에서는 최근 이슬람국가(IS)까지 활개치면서 혼란상이 극에 달했다. 리비아는 이탈리아 및 몰타에서 가장 가깝고, 리비아 당국의 해상 통제도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이탈리아 남부 람페두사섬은 리비아 해안 도시에서 불과 120~150㎞ 떨어져 있어 약 18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시리아인과 리비아인, 그리고 빈곤에서 벗어나고자 유럽행을 택한 소말리아, 에리트레아인들까지 리비아로 몰려드는 것이다. 하지만 난민들을 태운 배는 시설이 열악하고 정원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탑승한다. 밀입국 브로커들은 난민들한테 돈을 받은 뒤 지중해상에서 이들을 내팽개치는 경우가 많아 항상 대형 참사의 위험을 안고 있다.

18일 일어난 리비아 난민선 침몰 사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유럽연합 긴급 외교장관회의가 20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린다. 19일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유럽이 지중해 위에서 벌어지는 조직적 도살극을 보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유럽연합 특별 정상회의도 이르면 이번주 중 열릴 전망이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지만 유럽연합 28개 회원국 간의 견해차가 커 이번 회의에서 실질적인 해법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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