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라마디 점령 사흘 만에
재진격…세계유산 파괴 ‘위기’
미국, 내달초 ‘라마디 탈환’ 위해
대전차 미사일 1000대 보낼 계획
재진격…세계유산 파괴 ‘위기’
미국, 내달초 ‘라마디 탈환’ 위해
대전차 미사일 1000대 보낼 계획
이슬람국가(IS)가 20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있는 시리아의 고대 유적도시 팔미라를 장악했다. 지난 17일 이라크 안바르 주의 주도 라마디를 점령한지 사흘 만에 시리아에서도 기세를 올리고 있다.
시리아 국영티브이는 이날 하루 동안 이어진 격전 끝에 정부군이 팔미라에서 철수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국가와 연계된 아마크 통신도 이날 “팔미라가 이슬람국가 전사들의 완전한 통제 하에 있다”고 밝혔다고 <에이피>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앞서 이슬람국가는 지난 16일 팔미라 북부를 장악했다가 정부군의 반격에 밀려 다음날 철수했다. 20일 새벽 팔미라 북부지역으로 다시 진격해 정부군과 교전을 벌였다. 이슬람국가의 팔미라 장악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팔미라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와 남서부 해안 도시, 동부 데이르에즈조르로 가는 중요한 길목이다. 이슬람국가의 팔미라 점령으로 이슬람국가는 미국 등 연합국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와 시리아 두 곳의 전선에서 동시에 큰 전투를 치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슬람국가의 점령으로 팔미라의 고대 문화유산 파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막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팔미라에서는 1∼2세기 조성된 거대 돌기둥을 비롯한 각종 유적과 유물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시리아 정부는 문화재 수백 점을 안전한 장소로 옮겼지만, 돌기둥 등 건축물들은 그대로 있다. 팔미라에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귀한 고대 유물들이 상당량 매장돼 있는데 이슬람국가가 이들을 밀매해 수익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마문 압둘카림 시리아 문화재청장은 “이슬람국가가 (이라크에서처럼) 고대 유적 파괴로 자신의 승리를 선전할 것으로 보여 너무나 두렵다”고 말했다. 시리아 고대유적 전문가이자 반정부 인사인 아므르 아즘은 “우리는 팔미라의 세계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이 도시를 방어하는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 달라고 미국 주도의 연합군에 호소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처했다”라고 페이스북에 심경을 밝혔다.
한편 미국은 이슬람국가로부터 이라크 서부 도시 라마디를 되찾기 위해 다음달 초 대전차 미사일 1000대를 이라크로 보낼 계획이다. 이는 이슬람국가의 자살폭탄 차량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지난 주말 이슬람국가에 함락된 라마디에서는 6000여명에 달하던 이라크 군경 수비대가 자살공격으로 달려드는 150여명의 이슬람국가 무장대원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퇴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국가가 점령한 이라크 라마디에서는 연일 주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면서 피란민 수가 4만명을 넘었고, 이 중 5명이 탈진해 숨졌다고 국제이주기구(IOM)가 전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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