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미 군수업체 인기없다 보도
돈많은 일본·한국만 F-35기 구매
돈많은 일본·한국만 F-35기 구매
최근 남·동 중국해 긴장 고조 등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무기 수요는 늘고 있지만 미국 군수업체들의 무기는 별로 인기가 없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31일 보도했다.
지난해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의 방위비 지출은 4230억달러로 북미(5960억달러)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고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최근 밝혔다. 아시아 지역 방위비 지출은 유럽보다 300억달러나 많았고, 지난 10년간 62%나 늘었다. 중국과 주변국들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으로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중국은 2014년 2080억달러를 방위비로 지출했고, 주변국들도 앞다퉈 군비경쟁에 나섰다. 군사정보분석업체 아이에이치에스(IHS) 제인스는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 전체의 국방예산은 올해 400억달러에서 2020년엔 52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미국 군수업체들은 이런 상황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분석했다. 1970년대 대부분의 동아시아 국가들은 에프(F)-5 같은 미국산 전투기를 보유했다. 그러나 현재 아세안 10개국 가운데 미국의 첨단 전투기를 보유한 나라는 싱가포르뿐이다. 한때 주요 고객이었던 타이와 인도네시아, 필리핀은 다른나라 기업들의 제품을 선호하고, 미국산은 대안으로 여기지도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산 무기가 불필요하게 복잡하고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미국 업체들은 자국군을 위한 값비싼 최첨단 제품 개발에만 역점을 두는데, 이런 제품 대부분은 많은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필요가 없다. 에프에이(F/A)-18 전투기의 판매총괄 책임자인 하워드 베리 보잉 부사장은 “아·태 지역에서 우리 제품은 자동차로 치면 캐딜락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록히드 마틴의 에프(F)-35 전폭기도 마찬가지다. 아시아에서 40대에 70억달러 이상의 비용이 드는 에프-35기를 구매하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 등 돈이 많은 나라들뿐이다.
또 미국 업체들은 많은 나라들이 구매하길 원하는 디젤 잠수함은 만들지 않고, 대양해군이 원하는 핵잠수함만 만든다. 최근 몇년 사이 인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수십억달러 규모의 신형 잠수함 수주는 모두 유럽과 한국, 러시아 잠수함 제조사들에 돌아갔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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