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18명·16일 30명 잇단 주검 발견
모래폭풍으로 길 잃은 뒤 숨진 듯
모래폭풍으로 길 잃은 뒤 숨진 듯
지중해에 이어 사하라 사막이 또 하나의 ‘난민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사하라 이남 지역을 떠나 난민선을 타러 리비아의 지중해 해안으로 가려는 이들은 먼저 사하라 사막이라는 죽음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국제이주기구(IMO)가 16일 사하라 사막 중남부 니제르에서 난민 30명의 주검이 발견됐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주검들은 리비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고자 하는 난민들의 거점인 니제르 북부 아가데즈 지역에서 발견됐으며 부패 정도로 봐서 몇 달 전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아가데즈는 기온이 42℃까지 치솟고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모래폭풍이 부는 곳이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이 지역에서 탈수로 숨진 것으로 보이는 18명의 주검이 발견됐다. 국제이주기구는 대부분 서아프리카에서 온 이들이 북부 알리트 마을에서 알제리로 향하던 중 사막에서 모래폭풍으로 길을 잃은 뒤 지난 3일께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남자 17명, 여자 1명으로 니제르·말리·코트디부아르·세네갈·중앙아프리카공화국·라이베리아·기니 출신이다. 이들도 역시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가는 밀항선을 타기 위해 알제리를 거쳐 리비아로 가던 사람들로 추정된다.
국제이주기구는 사하라 사막이 전쟁이나 가난, 억압 등을 피해 아프리카를 떠나 새 삶을 찾아가는 난민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지역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사하라 사막에서 사망한 난민은 적어도 1790명에 이른다고 국제이주기구는 집계했다. 대부분 탈수 또는 굶주림으로 사망한다. 난민들에게 사하라는 지중해 만큼이나 위험하지만 이런 비극적인 죽음이 잘 알려지지도 않는다. 조엘 밀먼 국제이주기구 대변인은 “우리는 사하라를 통과해 리비아로 가려는 밀입국 브로커가 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사하라 사막에서 순찰의 어려움 때문에 사망자의 수가 실제보다 훨씬 적게 기록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한편, 올해 들어 지중해를 건너 새 삶을 찾으려 나선 난민은 약 10만 명으로 이 가운데 1800명이 사망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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