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회담 8일만에…협상 속도 낼 듯
“정치·평화적 노력, 이슬람 원칙 부합”
“정치·평화적 노력, 이슬람 원칙 부합”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인 무하마드 오마르가 15일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간 평화협상을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이슬람 금식 기간인 라마단 종료를 축하하는 이둘 피트르 축제를 앞두고 이날 탈레반 웹사이트에 올린 메시지에서 오마르는 협상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이슬람은 적들과의 ‘평화적 접촉’을 금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비비시>(BBC) 등 외신들이 전했다. 오마르는 또 “무기를 든 성전(지하드)과 함께 성스러운 목적을 이루기 위한 정치·평화적 노력도 이슬람 원칙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대표단이 지난 7일 파키스탄에서 평화협상을 위한 첫 공식 회담을 한 이후 이에 관한 견해를 밝히지 않던 오마르가 사실상 평화협상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면서 협상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오마르는 또 “모든 전사는 결속을 유지해야 한다”며 “성전 전선을 훼손하고 불화를 가져오는 모든 요소를 몰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프간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는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경계심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탈레반이 정부와 협상에 나선 상황에서 산하 강경파들이 이슬람국가로 이탈할 우려가 있기 떄문이다.
아프간 정치평론가 아흐마드 사이디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탈레반 지도자가 평화와 협상을 언급한 것은 이전 성명과 다르다”며 “탈레반의 태도가 점차 변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며 아프간 정부는 이 황금 기회를 잡아 대화에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마르는 1996년부터 2001년까지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고 아프간을 통치했을 당시부터 줄곧 탈레반의 정신적 지주였다. 미국은 오마르에게 1000만달러의 현상금을 걸어놓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주도의 다국적군은 한때 최고 14만명에 이르렀지만 지난해 말 아프간 전쟁 공식 종료를 선언하고 약 1만명 수준의 훈련 교관만 내년 철수 일정으로 아프간에 남겨둔 상태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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