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산호세·캘리포니아·시애틀 출장을 마친 뒤 워싱턴 백악관으로 돌아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4일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미·영 동맹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후폭풍을 차단하려 노력했다. 워싱턴/ EPA 연합뉴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라는 뜻밖의 사태를 맞은 주요 국가들의 대응은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하게 갈렸다. 미국은 후폭풍을 최소화하려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고, 러시아와 중국은 느긋하게 사태를 관망하는 모양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영국이 질서있는 유럽연합 탈퇴를 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영국과 유럽연합의 관계는 변하겠지만, 미국과 영국 사이에 존재한 특별한 관계는 변하지 않고 지속될 것”이라며 미·영 동맹을 강조했다. 미국은 영국과의 끈끈한 동맹관계를 주춧돌 삼아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통해 국제 정치·경제 문제에 깊숙히 개입해왔다.
미 국무부의 한 당국자는 <가디언>에 “그 관계(미·영 동맹)는 너무 중요하고, 우리가 영국과 함께 공조해야 하는 이슈들은 너무 필수적”이라며 “아프가니스탄·우크라이나·시리아·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영국은 너무 많은 이슈에서 (미국의) 핵심 파트너”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미국이 외교적) 조처를 결정하기 위한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유럽연합 28개국일 때보다 28-1개국일 때(영국이 없을 때)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경제 문제는 미국에게도 좀더 즉각적인 처방이 필요한 문제다.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경제위기가 초래될 수 있고, 다시 안보 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성명을 통해 “필요하다면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들과 통화 스와프를 통해서 국제 금융시장에 달러 유동성을 추가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불안을 누그러뜨리려 했다.
유럽연합의 분열을 틈타 내심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는 러시아는 짐짓 태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4일 “브렉시트는 유럽연합의 대러시아 제재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달 말로 시한이 종료돼 연장을 앞두고 있는 유럽연합의 대러 제재 정책이 브렉시트로 인해 약화되리라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발언을 반박한 것이다. 푸틴은 브렉시트가 경제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서도 “시장이 중기적으론 회복될 것”이라며 “글로벌 재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심경은 좀더 복잡하다. 당장은 “영국 인민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지난해 10월 시진핑 국가주석은 영국을 방문해 ‘브렉시트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중국은 브렉시트로 인해 세계무역기구(WTO) 내 ‘시장경제’ 지위 인정 등 여러 문제에서 중국에 우호적인 영국 없이 유럽을 상대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럽의 분열로 중국이 얻게 될 이익이 더 크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중국으로선 단일경제권인 유럽보다 쪼개진 유럽을 상대하는 게 쉽다. 국제 정치·외교에서도 서방의 ‘대중국 전선’의 와해도 기대해 봄직하다. 온라인매체 <전략망>은 “분열된 유럽은 더욱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앞다퉈 중국에 환심을 사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정윤 기자, 베이징/ 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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