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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백악관 최요직에 ‘미국판 일베’가 입성한다면

등록 2016-11-18 21:18수정 2016-11-18 21:22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3일(현지시각) 극우 선동가 스티브 배넌을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고문에 임명해 반발을 사고 있다. 사진은 배넌이 지난 5일 네바다주 리노에서 트럼프 유세를 지켜보는 모습.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3일(현지시각) 극우 선동가 스티브 배넌을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고문에 임명해 반발을 사고 있다. 사진은 배넌이 지난 5일 네바다주 리노에서 트럼프 유세를 지켜보는 모습. 연합뉴스
정의길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Egil@hani.co.kr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백악관 수석전략가 및 고문에 극우선동가로 평가받는 스티브 배넌을 기용해 반발이 거세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떠오른 미국의 대안우익(alt-right)을 바탕으로 부상한 인물이 세계 최고 권부의 요직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충격이다. 대안우익의 활동양태를 쉽게 표현하면, 미국판 일베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25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선거 유세에서 트럼프가 “과격한 주변세력이 공화당을 접수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며 그 세력을 대안우익이라고 적시했다. 그는 트럼프의 선거운동 최고책임자(CEO) 스티브 배넌이 자신의 <브라이트바트 뉴스 네트워크>를 “대안우익의 플랫폼”이라고 설명했음을 지적했다. 그는 “브라이트바트와 트럼프 선거운동의 실질적 합병은 그 단체에 기념비적인 성취를 상징한다”며 “강경 우익 국가주의가 세계 전체로 부상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클린턴의 이 말에 대안우익들은 환호했다. 클린턴이 자신들을 공짜로 홍보해줬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안우익은 구글 검색어에서 수위로 올라갔다. 지난 9월7일 워싱턴에서는 이 대안우익의 몇몇 주도적 인사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커밍아웃 파티”를 가졌다. 그들은 “인종은 실질적인 것이고, 인종이 문제이며, 인종이 정체성의 근본이다”라며 자신들의 인종주의적 신념을 표방했다. 그들은 “백인의 조국”을 촉구하면서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다. 트럼프가 “지도자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런 사건들을 계기로 대안우익은 미국 사회에 모습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하지만 대안우익의 실체는 명확하지가 않다. 기존 우파 정치운동의 반자유주의 이데올로기로는 설명이 안 되는데다, 실질적인 조직이나 운동이 없기 때문이다. ‘대안’이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미국의 주류 보수를 거부하는 극우적 이데올로기를 가진 사람들의 느슨한 심정적 연대라 할 수 있다. 그 활동도 현실세계에서가 아니라 <포챈>(4chan) 등 익명의 온라인 공간에서 주로 이뤄진다.

기존 우익의 공통분모가 반공·반자유주의·반진보인 데 비해, 대안우익의 공통분모는 반기성체제다. 그들의 이데올로기는 기본적으로 백인민족주의에 바탕해 백인우월주의, 이슬람혐오증, 반여성주의, 반유대주의, 인종민족주의, 우파포퓰리즘 등 온갖 퇴행적 조류를 드러낸다. 그러나 이데올로기보다는 보수와 진보를 가릴 것 없이 기성 주류와 체제에 대한 비아냥과 분노를 터뜨리는 데 더 주력한다. 인터넷에서 자신들만의 은어와 비속적인 문화를 향유하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데 집중한다.

한국의 일베가 ‘홍어’, ‘좌빨’ 등 자신들만의 온갖 비속적 은어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과 비슷하다. 대안우익의 대표적 은어는 기존 보수를 지칭하는 ‘컥서버티브’(Cuckservative)다. 이는 보수(conservative·컨서버티브)와 ‘바람난 아내를 가진 남자’를 뜻하는 ‘커콜드’(cuckold)의 합성어이다. 기존 보수들을 찌질하다고 욕하는 것이다.

지난 3월 <브라이트바트>는 대안우익 활동가로 유명한 마일로 야노풀로스와 앨럼 보카리가 쓴 대안우익의 선언서 격인 “기성보수들을 위한 대안우익 지침”을 발표했다. 이들은 대안우익이 1980년대 스킨헤드로 대표되는 극우세력과는 달리 “정당에 상관없이 정치 엘리트들을 때리면서 현실세계의 이단을 자행하는 데 열중하는 명랑한 우익 장난꾼들”이라고 규정했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대안우익들은 클린턴 반대로 뭉쳤다. 클린턴이 그들이 혐오하는 여성, 소수주민, 국제주의, 기득권을 모두 상징하는 인물로 봤기 때문이다. 대안우익과 그 대표적인 매체들인 <브라이트바트>, <인포워즈> 등은 ‘클린턴의 부패와 음모’를 폭로하는 기사들로 사이트를 도배했다. <인포워즈> 등은 음란하고 저속한 표현물로 도배되는 한국의 일베 사이트와는 달리 뉴스 사이트로 포장하고는 수많은 ‘페이크뉴스’(허위보도물)를 기존 언론들이 보도하지 못하는 ‘폭로 뉴스’처럼 내보냈다. 마치 진보적 풀뿌리 기자들이 용감하게 기득권층의 비리를 폭로하는 것처럼 보인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허위 콘텐츠들이 이번 대선에 영향을 줬다는 소식은 이런 대안우익 매체들의 ‘활약’ 덕분이다. 미국판 일베의 대표 인사가 백악관 최요직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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