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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약속을 잘 지켜 두렵다…트럼프의 ‘미친’ 공약이행 네 가지 [더(The)친절한 기자들]

등록 2017-01-31 15:47수정 2022-08-19 16:07

[더(The)친절한기자들]
오바마케어 폐지·TPP 탈퇴·멕시코 국경·무슬림 입국금지
행정명령 통해 취임 10일만에 황당 공약들 현실로
지난 26일 연례 공화당 상·하원 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지난 26일 연례 공화당 상·하원 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대한민국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너무 잘 뒤집어서 문제였다. 반대로 대선 공약을 너무 잘 지켜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는 대통령이 있다. 지난 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인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침없는 막말과 미국 내 불법체류자들을 다 추방하겠다는 등의 ‘극단적인 공약’으로 백악관 입성에 성공했다. 많은 미국인들은 그의 황당한 공약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립서비스’이길 바랬다. 하지만 트럼프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빠르게 황당한 공약들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당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취임 후 100일 내 하겠다는 공약을 정리해 ‘미국 유권자와의 약속(Contract with American Voter)’을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의 ‘추진력’이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지금 이 약속들을 다시 정리해봤다.

1. 오바마케어 폐지하겠다→이행 중

트럼프는 미 대선 투표 당일에도 “대선에서 승리하면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법)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오바마케어의 폐지를 적극 주장해왔다. 오바마케어는 2014년 1월부터 시행된 미국의 의료보험 개혁안으로, 전국민이 의무적으로 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전국민이 이 보험 혜택을 받는 것을 뼈대로 한다. 미국은 전국민의 15%가 의료보험 미가입자였는데, 이들에게 의료혜택을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 법이 기업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재정부담을 증폭시킨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행정명령은 예상대로 오바마케어와 관련된 것이었다. 오바마케어가 법률로 제정된 만큼 대통령의 권한인 행정명령으로 당장 폐지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행정명령은 상징적인 내용만 담겼다.

트럼프 첫 서명은 ‘오바마 케어’ 손질 행정명령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오 의사당 앞에서 이뤄진 취임선서 몇시간 뒤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오바마케어 폐지 때까지 경제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과 관련한 행정명령’이란 제목의 첫 문서에 사인했다고 백악관 쪽이 밝혔다.

6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행정명령은 “오바마케어의 신속한 폐지를 추진하는 것이 나의(트럼프의) 행정부의 정책”이라며 “폐지 때까지 각 행정부는 법률의 효율적 이행을 확실히 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밝혔다. 행정명령은 이어 “법률과 일치하는 선에서 오바마 케어의 불필요한 경제 및 규제 부담을 최소하기 위한 조처”를 취하고 “제약받지 않고 자유로운 건강보험 시장을 만들 수 있도록 각 주정부에 유연성과 권한을 좀더 부여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행정부에 지시했다.

미국 백악관 집무실에서 정부 공무원의 고용과 임금을 동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 집무실에서 정부 공무원의 고용과 임금을 동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2.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하겠다→이행

트럼프는 미국인 노동자 보호 조처의 일환으로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을 폐기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트럼프는 “TPP는 미국의 잠재적 재앙이 될 수 있다”며 대신 미국의 산업과 일자리를 다시 세울 수 있도록 다른 국가들과 공정한 양자 무역 협정을 체결하겠다는 것이다.

TPP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12개 국가와 맺은 다자간 자유무역 협정이다. 지난해 10월 최종 타결돼 각 국가의 비준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는 이 협정이 미국의 제조업을 쇠퇴시키고 실업률을 높인다고 주장해왔다. 결국 미국이 주도한 협정에서 미국이 빠지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지난 23일 TPP에서 탈퇴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TPP 탈퇴” 공식화…국제무역질서 대변동 예고

트럼프는 21일 인터넷에 공개한 영상 메시지에서 “무역 분야에서 미국에 잠재적 재앙이 될 티피피에서 물러난다고 통보하겠다”며 “대신 미국에 일자리와 산업을 되돌려줄 공정한 양자 무역협정을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 뒤 직접 티피피 탈퇴 의사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는 “나의 의제는 ‘미국 우선’이라는 간결한 핵심 원칙에 바탕을 뒀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티피피 대신 양자 무역협상을 거론한 것은 미국이 앞으로 다자간 무역협정 대신 주요 무역 상대국과 개별 협상을 통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본격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해나간다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포함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환율 관련 압박도 커질 수 있다. 미 상무부는 한국을 중국, 독일 등과 함께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한 상태다.

미국 뉴멕시코 주 선랜드 파크와 접한 멕시코 아나프라 마을의 국경장벽. 사진 연합뉴스
미국 뉴멕시코 주 선랜드 파크와 접한 멕시코 아나프라 마을의 국경장벽. 사진 연합뉴스

3.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이행 중

트럼프의 최대 선거공약은 불법 이민자 추방이었다. 그는 법치국가로의 복귀를 위해, 우선적으로 범죄경력을 지닌 300만명의 불법 이민자를 추방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또한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장벽 비용을 전액 멕시코가 부담하게 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해 그들이 잠식하고 있는 일자리를 미국 노동자들이 가질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황당해 보이는 이 공약을 트럼프는 실제로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토안보부를 방문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했다. 물론 실현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멕시코-미국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려면 최소 11조~12조원이 든다. 심지어 트럼프의 주장대로 17m 높이의 장벽을 설치하면 그 비용은 곱절로 늘어난다.

트럼프의 멕시코 장벽, 현실성은 있나

장벽 건설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에 비해 효용은 적고, 무엇보다 트럼프의 계획처럼 장벽 비용을 멕시코가 내어줄 리 만무하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우선 비용이다. 현재 미국-멕시코 국경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텍사스 남부를 따라 멕시코만까지 이어지는데, 총 길이만 서울-부산간 거리의 7배가 넘는 약 3145㎞에 이른다. 이 중 3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1000㎞ 구간에는 이미 펜스 등 여러 구조물로 경계가 구분돼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나머지 구간 중 자연적 경계를 제외한 1610㎞ 구간에 높이 6m 규모의 시멘트 장벽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건설 비용은 약 100억~120억달러(약 11조~12조원)로 잡고 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했던 것처럼, 벽의 높이를 기존 계획보다 훨씬 높은 17m까지 설치할 경우 비용은 곱절로 늘어난다. 지형이 험준한 일부 산악 지역에 장벽을 설치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또 이미 펜스가 설치돼 있는 서쪽 국경과는 달리, 텍사스주 토지는 대부분 사유지이기 때문에 토지 구입 비용이 별도로 들어간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4월께 미 의회에서 장벽 건설 비용에 대한 법안이 통과되면 바로 공사를 시작하고, 차후 멕시코가 비용을 상환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미국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건설 계획은 이미 진행중”이라며 “장벽 건설 비용은 내가 항상 말했던 대로 전적으로 멕시코가 부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위대. 사진 연합뉴스
외국인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위대. 사진 연합뉴스

4. 난민·무슬림 국가로부터 이민자 수용 중지→이행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무슬림에 대해 극단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발언 수위를 높여가던 그는 프랑스 파리 테러로 공포가 확산되어 가던 시기,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시켜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내놓았다. 트럼프는 “(미국을 향한 무슬림들의) 증오는 이해심을 넘어섰다”며 “우리가 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때까지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완전하고도 철저하게 봉쇄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결국 그는 지난 29일 전 세계에 ‘난민·무슬림의 미국 입국금지’라는 폭탄을 투하했다. 트럼프는 ‘특별 관심 국가’로 분류한 이라크·이란·시리아·예멘·리비아·수단·소말리아 등 이슬람 7개국 국민의 비자발급을 중단하고 난민 수용을 중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앞선 트럼프의 행정명령들이 자국 내 문제로 한정돼 있었다면, 무슬림 입국금지를 뼈대로 한 이번 행정명령은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혼돈·혼선·분노” 미국 언론은 행정명령 서명 뒤 미국 안팎의 상황이 이 세 단어로 정리했다.

이슬람 7개국 국민들 가운데 미국 영주권자들은 잠시 고국에 들렀다가 공항에 억류되기도 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기 위해 재산을 처분하고 막 비행기를 타려던 사람들은 비행기 탑승을 거부당했다.

30일(현지 시간)에는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기를 들었던 샐리 예이츠 미 법무장관 대행이 즉각 해임되기도 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샐리 예이츠 법무장관 대행은 미국 국민을 보호하려고 만든 법적 명령의 집행을 거부함으로써 법무부를 배신했다”고 주장했다.

예이츠 법무장관 대행은 최근 무슬림 7개국 국민들의 미국 입국을 일시적으로 금지한 행정명령 관련 소송에서 이 행정명령을 변호하지 말 것을 소속 직원들에게 지시한 바 있다.

기습적 입국금지 날벼락…“트럼프가 우리 삶 망가뜨렸다”

가장 큰 혼란을 겪은 이들은 7개국 출신 미국 영주권자들이었다. 이란 출신 영주권자인 한 여성은 “테헤란에 어머니를 보러 왔다가 워싱턴으로 돌아가려고 두바이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탔는데, 이륙 직전 미 교통안전국 요원이 기내에 들어오더니 내리라고 했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오랫동안 미국 이민을 준비한 뒤, 이제 막 이집트 카이로에서 뉴욕행 비행기를 타려던 이라크인 푸아드 샤리프(51) 가족 5명은 행정명령 실행 직후 탑승을 거부당했다. 샤리프는 “(이라크에서) 집도, 차도 다 팔고, 직장도 그만뒀다”며 “특별 이민비자로 테네시주 내슈빌에 정착하기로 돼 있는데, 트럼프가 우리 가족의 삶을 망가뜨렸다”고 어쩔 줄 몰라 했다.

정보통신업계와 대학 등에도 비상이 걸렸다. 인도 출신 구글 최고경영자 순다르 피차이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100명 이상의 직원이 행정명령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외국에 있는 직원은 즉시 귀국할 것을 지시했다. 프린스턴대학도 학생과 교수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당분간 외국 여행을 삼갈 것을 권고했다.

세계 안팎에서 비난이 쏟아지자 트럼프는 “이는 테러로부터 우리나라를 안전하게 하는 일”이라며 “(행정명령이 초래한 혼란에 대해선) 안보를 위해 치러야 할 작은 대가”라고 밝혔다.

‘설마’ 했던 일이 하나 둘 현실 속에서 벌어지자 누리꾼들은 ‘미친 공약 이행율’이라는 말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누리꾼 실론****은 “말도 안되는 공약들이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 트럼프 공약이행율 100%를 달성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 코르사**은 “트럼프 지지자 입장에서 보면 이건 미친 게 아니라 추진력일지도 모르겠다”며 “트럼프 지지자들은 더 열광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장된 트럼프의 임기는 4년이다. 그리고 지금 그 가운데 10일이 지났다. 지금까지 언급된 공약들은 단 10일만에 이뤄진 일들이다. 앞으로 트럼프는 어떤 행정명령에 사인을 하게 될까. 아래에 지난해 10월 말 선거운동 당시 트럼프가 발표한 취임 후 100일 계획 ‘도널드 트럼프와 미국 유권자와의 약속’을 정리했다. 이 모든 공약이 실현되면 미국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세계는 어떻게 될까.

-나프타(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를 재협상하거나 철회한다.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발표한다.

-재무부를 통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셰일, 석유, 천연가스, 청정석탄 등 개발되지 않은 50조달러 규모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 제한을 해제한다.

-UN 기후변화 프로그램에 자금 납부를 중단하고, 그 돈으로 미국의 수자원·환경 인프라시설을 개선한다.

-‘안식처 도시(Sanctuary Cities, 불법이민자를 체포하지 않는 도시)’에 대한 연방정부 지원을 끊겠다.

-불법 이민자 200만명을 추방한다. 이들을 다시 데려가지 않는 나라들에 대해서는 비자를 취소한다.

-테러 등으로 이민 심사를 안전하게 할 수 없는 국가로부터 이민자 수용을 중지한다.

-오바마 케어를 폐지한다.

-불법이민자법을 실시한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장벽 비용은 전액 멕시코가 부담하게 한다. 강제 추방한 뒤, 미국에 불법적으로 재입국한 경우 최소 2년간 강제 징역형을 선고한다.

-지역 사회 안전법을 재검토한다.

-국가안보법을 복원한다. 방위 산업 지원을 늘리고 군사 투자를 확대한다.

-정치계에서 부패를 청산하는 법을 시행한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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