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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베트남·인도네시아·말레이까지…살인청부 ‘다국적’ 암살단?

등록 2017-02-16 20:40수정 2017-02-16 22:39

김정남 살해 용의자들 속속 체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독살한 용의자로 추정되는 한 여성(노란색 상의, 빨간 원)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경찰서에서 이송되는 모습을 16일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독살한 용의자로 추정되는 한 여성(노란색 상의, 빨간 원)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경찰서에서 이송되는 모습을 16일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46) 피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베트남 여권을 소지한 여성이 체포된 지 하루 만인 16일, 말레이시아 경찰은 인도네시아 여권을 소지한 또다른 여성 용의자 1명과 말레이시아 남성 1명을 추가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현재 추적 중인 나머지 남성 용의자들의 국적과 신원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어 여전히 범행 배후와 경위는 오리무중이지만, 이번 사건이 여러 나라 국적의 인물들이 구체적인 역할을 나누는 등 조직적인 범행에 나선 것은 사실로 보인다.

처음 체포된 베트남 국적 여성
호텔에 돈뭉치 들고와 투숙 요청
범행직후 머리 짧게 잘랐다 전해져
“공격한 사람 누군지 몰라” 진술도

또다른 용의자 인도네시아 여성
인니 외교부 “우리 국민 맞다”
AP “남편·아이들과 말레이 이주
2014년 이혼하러 고국 돌아와”

남성 용의자들 붙잡아야 윤곽
체포된 말레이시아 남자친구
4명중 한명인지는 아직 안밝혀져
현지언론 “승용차 운전자” 보도

말레이시아 경찰은 16일 새벽 2시께 김정남 피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25)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날 체포된 여성 용의자가 체포 당시 혼자 있었다고 밝혔지만, 그를 어디에서 체포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은 아이샤가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청사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화면에 찍힌 인물과 동일하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이날 말레이시아와 말레이시아 주재 인도네시아대사관에서 제공받은 자료를 토대로, 체포된 여성 용의자가 자국 시민이라고 밝혔다. <에이피>(AP) 통신은 인도네시아 매체 <쿰파란>을 인용해 “아이샤는 서부 자카르타 인근 탐보라에서 약 10년 동안 살았고, 2013년 말레이시아로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이주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아이샤의 고향 이웃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아이샤가 이혼하기 위해 2014년 인도네시아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경찰은 이보다 앞선 15일 밤 아이샤의 남자친구인 말레이시아인 남성 무하맛 파릿 빈 잘랄루딘(26)을 체포했다고 16일 뒤늦게 밝혔다. 잘랄루딘은 아이샤의 체포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잘랄루딘을 또 하나의 용의자로 보고 수사하고 있지만, 잘랄루딘이 범행 당시 공항 폐회로텔레비전에 찍힌 남성 용의자 4명 가운데 1명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지 언론은 그를 “승용차 운전자”라고 밝히고 있다.

앞서 경찰은 15일 아침 8시20분께 범행 장소였던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청사에서 베트남 여권을 소지한 도안티흐엉(29)을 체포한 바 있다. 체포된 여성 용의자 2명은 직접 김정남을 공격한 이들이다.

경찰에 먼저 붙잡힌 흐엉은 경찰 조사에서 “여행을 하려고 말레이시아를 찾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영어 일간 <더 선>은 흐엉은 다른 여성 용의자가 자신에게 일자리를 알아봐준다고 했던 ‘친구’라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이 체포될 때 모두 혼자 있었고, 16일 체포된 여성 용의자는 인도네시아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여행을 함께 떠난 친구 관계’라는 진술의 신빙성은 낮아 보인다.

흐엉은 또 경찰 조사에서 김정남을 공격한 것에 대해 “단순한 장난인 줄 알았다”며 공격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진술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경찰이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는 남성 4명이 ‘공항 승객을 대상으로 장난을 치자’고 이들을 설득했고, 자신과 다른 여성 용의자한테 김정남의 얼굴에 스프레이를 뿌리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덮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지시했다는 것이다. 흐엉의 진술을 믿기는 어렵지만, 흐엉이 이틀 뒤 범행 장소에 다시 나타나 붙잡히는 등 ‘공작원’이나 ‘요원’과는 거리가 먼 어리숙한 모습을 보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현지 매체를 비롯한 외신들은 이번 범행이 불과 5~10초 만에 이뤄졌다고 보도하고 있어, 범행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와 관련해 흐엉이 공항 인근 호텔에 범행 이틀 전부터 숙박하고 상당 액수의 돈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일본 <교도통신>은 흐엉이 숙박했던 공항 인근 호텔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흐엉은 11일부터 공항 인근 호텔에서 숙박했으며, 김정남 피살 직후인 지난 13일 낮에는 호텔에서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는 등 변장을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흐엉은 1만링깃(약 256만원)의 돈뭉치를 들고 와 더 투숙하겠다고 요청했으나 호텔 방이 없어 다른 호텔에 투숙했다고 한다. 누군가로부터 금품을 받고 범행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은 남성 용의자들을 체포해 조사해야 범행 동기와 경위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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