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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북 국적 4명, 보름전부터 말레이 속속 입국, 살해 당일 동시 출국

등록 2017-02-19 17:25수정 2017-02-20 00:27

점점 짙어지는 북한 배후설


※이미지를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김정남(46) 피살 사건과 관련해 말레이시아 경찰이 19일 첫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확인한 사실은 도주한 용의자 4명이 모두 북한 국적자라는 것이다. 또 신병을 확보중인 북한 국적자 2명 등 용의자 및 참고인 5명은 모두 수사에 협조적이라고 했다. 이는 핵심 주모자들은 모두 도주했고, 나머지 용의자들은 사건 전모와 동기를 제대로 모른 채 가담했을 가능성을 말해준다. 북한 국적자 4명이 범행을 실행할 이들을 물색해, 이들로 하여금 김정남을 살해하도록 시키고 말레이시아를 떠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조직적 범행? 19일 말레이시아 경찰 발표를 종합하면, 이 사건의 핵심은 도주한 ‘4명의 남성 용의자들’이다. 리재남(57), 오종길(55), 홍송학(34), 리지현(32)으로 여권상 이름이 확인된 이들은 범행 보름 전인 지난 1월30일 홍송학을 시작으로, 리재남 2월1일, 리지현 4일, 오종길 7일 등 며칠간 간격을 두고 속속 말레이시아로 입국했다. 그리고 13일 범행 직후 모두 동시에 출국했다. 경찰은 또다른 신원 미상 용의자 2명의 얼굴도 공개했는데, 이들도 외모로 보아 ‘북한 국적’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17일 체포된, 말레이시아에 남겨진 리정철(47)은 지난해 8월 입국해 말레이시아에서 정보기술(IT) 업체에서 일하는 등 가족과 함께 거주해 왔다. 19일 현지 언론 <더 스타>는 소식통을 인용해 리정철이 북한의 대학에서 과학·약학 분야를 전공하고 2000년 졸업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정철이 살고 있는 쿠알라룸푸르의 잘란 쿠차이라마 지역의 아파트 ‘다이너스티 가든 콘도미니엄’은 월세 1500~2000링깃(한화 40만~50만원 상당)으로, 중상류층 거주지역이다. 체포 당시 리정철은 말레이시아의 외국인 노동자에게 발급되는 ‘i-Kad’ 신분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리정철이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 외에 북한 국적의 참고인 리지우(30)의 신병도 확보해 조사중이다.

북 공작원 추정 남성 4명
1월30일부터 말레이 입국
화학전문가 리정철 접촉
살해 수법·장소 등 모의

김정남 1년여전부터 관찰

출국일 D-데이 잡고 실행 지시

두 여성 접촉도 미리 기획
살인 눈치 못채게 위장
범행뒤 연락끊고 꼬리 잘라
독살 기획부터 실행까지 치밀

1년 전부터 준비? 현지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이들은 1년여 전부터 김정남의 행적을 살펴온 것으로 보인다. 현지매체 <뉴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사건 기획자들은 1년 전부터 김정남의 움직임과 여행 패턴을 추적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정보기술 관련 사업을 한 김정남은 장성택의 조카인 장영철이 말레이시아 대사로 있던 2010~13년에는 말레이시아를 자주 오갔지만, 2013년 장영철이 북한에 소환돼 처형된 직후 발길을 끊었다. 김정남은 2015년에 다시 말레이시아를 방문하기 시작했다.

용의자들은 살해 수법과 장소 등도 미리 고른 것으로 보인다. 범행 직후 도주한 용의자 4명의 주도로 김정남을 독살하기로 하고, 화학과 약학 전문가인 리정철을 공범으로 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현지 언론들은 리정철이 석달 전부터 여성 용의자인 도안티흐엉(29·베트남)과 시티 아이샤(25·인도네시아)에게 접근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에서 함께 여행을 다니며 친분을 쌓은 뒤 불특정 행인을 상대로 ‘몰래카메라 동영상’을 찍자는 제안을 했고, 범행 전날 예행연습도 했다.

19일 오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경찰청에서 노르 라싯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경찰청 차장이 김정남 피살 이후 처음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AP 연합뉴스
19일 오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경찰청에서 노르 라싯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경찰청 차장이 김정남 피살 이후 처음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AP 연합뉴스
범행 후 꼬리 자르기? 범행 시각인 13일 오전 8시59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청사 출국장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화면을 보면, 남성 용의자들은 이날 7시30분께부터 범행 현장에서 50m 떨어진 공항 내 식당 ‘비빅 헤리티지’에서 범행을 지켜본 뒤 자리를 떴다. 이들은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은 뒤 범행에 가담한 여성들을 남겨둔 채 현장을 떠났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은 5초 만에 끝났으며, 흐엉의 당황한 모습이 폐회로텔레비전에 찍혔다”고 전했다. 흐엉이 범행 직후 도착한 스카이스타 호텔 매니저는 “매우 초조해 보였고, 계속 자신의 왼쪽 손을 닦았다”고 기억했다. 흐엉은 범행 당일 저녁 마스크를 쓴 채 호텔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범행 직후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아챘을 가능성이 높다. 범행 장소로 사람이 붐비는 공항을 선택한 것도 여성 용의자들이 살인인지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다만, 리정철이 체포되면 사건 배후로 북한이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핵심 용의자 4명’이 그를 남겨두고 떠난 것은 미스터리다.

쿠알라룸푸르/박수지 기자, 황금비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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