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주재 강철 북한 대사가 20일 쿠알라룸푸르 북한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말레이 경찰의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피살된 김정남(46)의 아들 김한솔(22)이 20일 저녁 말레이시아에 입국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버지 김정남의 시신 확인과 인도 절차에 들어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 북한이 북한 국적 용의자들이 연루됐다는 말레이시아 경찰 발표를 20일 전면 부인하자, 말레이시아 총리가 나서 경찰 수사를 절대적으로 신뢰한다고 밝혔다.
김한솔은 이날 저녁 7시50분(현지시각), 마카오발 에어아시아 AK8321편으로 쿠알라룸푸르 제2국제청사에 도착해 말레이시아로 들어왔다고 현지언론들이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전날 김정남 피살 사건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서 유족의 확인이 있어야 김정남의 시신 인도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며 유족들의 확인을 요청한 바 있다. 경찰은 또 시신 인도는 유족의 의사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날 오후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쿠알라룸푸르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를 “절대적으로 신뢰한다”고 말했다. 나집 총리가 지난 13일 발생한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우리는 북한의 이미지를 나쁘게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우리가 말레이시아 법을 적용한다는 사실을 북한이 이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말레이시아 주재 강철 북한대사는 이날 북한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한국과 공모한 말레이시아에 의해 사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어, 말레이시아와 국제사회에 공동조사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강 대사는 북한이 김정남 살해의 배후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말레이시아 경찰청과 북한 당국의 공동조사를 요구했다. 그는 “이번 사건의 유일한 혜택을 보는 것은 한국”이라며 한국에서 빚어지고 있는 정치적 혼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이날 오전 성명을 내어 “협의를 위해 평양에 주재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대사를 쿠알라룸푸르로 소환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이날 성명에서 “말레이시아 영토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의 원인을 밝히는 수사를 하는 것은 말레이시아 정부의 책임”이라며 “정부는 투명했고, 북한대사관에도 그 문제와 관련한 절차와 진전 사항을 알려줬다”고 밝혔다. 성명은 “정부는 말레이시아의 평판을 훼손하려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사의 근거 없는 시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보건장관은 이르면 22일께 김정남의 부검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김정남 피살 사건을 ‘북한이 벌인 테러’로 규정했다.
쿠알라룸푸르/박수지 기자,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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